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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과 비빔밥 권두칼럼 | 2011년 9월호 4쪽

 비빔밥 전략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삼수(三修) 만에 평창으로 확정되면서 유치에 공을 세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나승연, 김연아, 토비 도슨 등, 여덟 명의 프레젠테이셔너가 그야말로 홈런을 쳤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 신문은 그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논리, 설득, 신뢰, 감성, 진심, 우정, 유머, 희망을 뒤섞은 비빔밥 전략이었다고 평했다. 각자 상큼한 특색을 살리면서도 한 가지로 감동과 지지를 얻어 낸 한 편의 완벽한 드라마였다는 것이다. 비빔밥이라는 말이 그렇게 딱 들어맞는 경우도 흔치 않은 것 같고 또 그 말이 식욕을 자극해서인지 오늘 저녁에는 친구 두엇 불러다 아내를 졸라 전주식 비빔밥 한 그릇 먹으면서 밀린 이야기나 나누었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명색(名色)이 전주댁(全州宅)인 아내의 비빔밥 솜씨도 그런대로 흉내는 내는 편이니 말이다.

 전주팔미(全州八味)
 높은 산, 너른 들, 망망대해가 그리 멀지 않은 전주는 산채며 해산물, 기름진 곡식 등 먹을거리가 늘 풍성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찬거리를 엄선해 쓰려고 노력을 하다보니 자연히 어느 동네에서 나는 무엇이 제 맛을 내는지 소문이 나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맛의 고향인 전주에는 어느 때부터인지 ‘전주팔미(全州八味)’라는 말이 전해진다. 지금은 개발 바람에 떠밀리고 오염에 사라져 간 것이 더러 있지만 그래도 전주 근방에 사는 사람들의 혀끝에 아련한 향수로 남아 있는 명품 식재료들이다.

 1. 콩나물 :
 전주하면 떠오르는 것이 콩나물이라고 할 만큼 예부터 이곳 사람들이 하루 세끼 빼지 않고 상에 올리던 반찬이다.전주 시내 치고 콩나물 없는 지역이 있으랴만 임실 순창에서 나는 쥐눈이콩(鼠目太)으로 사정골과 자만동(현재의 교동 일대)의 샘물로 기른 콩나물을 일품으로 꼽았다고 한다.

 2. 녹두묵 :
메밀묵의 흰색이나 도토리묵의 갈색과는 달리 녹두묵은 옥색 빛을 띠기 때문에 청포묵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치자 물을 들이면 노랗게 되어 황포묵이라고 했다. 오목대의 맑은 샘물로 녹두를 갈아서 손가락이 튕길 만큼 탄력 있는 탱탱한 녹두묵은 그야말로 진미로 꼽히는 음식이다.

 3. 무 :
남도 반찬에 끓이거나 무치거나 버무리거나 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무다. 무는 삼례와 봉동의 붉은 황토에서 나는 것이 일품이다. 여러 해 잘 삭은 뒷거름을 뿌리고 삼복더위에 바싹 태운 황토밭을 깊이 갈아서 처서(處暑) 무렵에 무씨를 뿌리면 김장 때 단단하기가 돌멩이 같고 맛이 어지간한 배(梨)는 저리가라 할 만큼 시원하고 달아서 그 성가를 높였다.

 4. 미나리 :
미나리는 진상품이라 알려진 남원 미나리와 함께 전주시 화산동 일대의 미나리꽝에서 나는 것이 일품이다. 겨우내 얼음 속에서 자란 것을 아직 거머리가 들러붙기 전 새봄에 살얼음 걷어 내고 뜯어낸 것이 상품이다. 이때의 그 향긋하고 연한 미나리 맛을 모르면 전주 음식을 아직 제대로 맛보았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5. 애호박 :
여름 반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애호박이다. 국을 끓이거나 무침으로 하거나 전을 부치거나 초가을에 얇게 썰어 말렸다가 들깨 국물에 탕을 해 먹기도 하는데 어떻게 해도 빼놓을 수 없는 맛이 애호박이다. 전주의 북쪽 신풍리에서 나는 조선호박을 이슬이 맺힌 이른 아침에 꼭지를 뚝뚝 분질러 따서 연한 호박잎에 싸 들고 보면 그 자르르 흐르는 윤기만 해도 입맛을 한껏 돋우는 진미였다.

 6. 열무 :
열무는 삼복더위에 먹는 보리밥에는 그만한 반찬이 따로 없을 만큼 좋은 식재료이다. 보리를 베어 내거나 마늘을 캐낸 텃밭에 새로 받은 햇무씨를 뿌려 세이레쯤 지나면 알맞은 김치 재료가 된다. 기린봉 기슭의 기름진 밭에서 자란 열무는 김치나 물김치를 담는 데 일품이었다. 붉은 햇고추와 보리밥 한 덩이를 섞어 확독에 잘 갈아서 넣고 아직 쇠지 않은 연한것을 뿌리째 담아 놓으면 절로 손이 가는 반찬이다.

 7. 파라시 :
전주 팔미를 말할 때 대개 첫째로 꼽는 것이 고산의 파라시다. 파라시는 조생 반시 계통의 감인데 우선 색깔부터가 다르다. 얼굴 중앙에 연지를 바른 듯 붉은 빛이 드러나며 씨가 별로 없고 물이 많아서 단맛이 그만이다. 기린봉이나 승암산자락에서 많이 나던 것이 지금은 고산 쪽에 좀 남아서 예전의 맛을 잇고 있다.

 8. 복숭아 :
여기에 백도(白桃)도 한때는 성가를 날렸다. 남도의 풍부한 햇빛과 실한 황토에서 자란 잘 익은 복숭아를 손으로 껍질 살살 벗겨 가며 후식으로 먹는 맛이란 둘이 먹다가 하나가 기절을 하고 나뒹굴어도 모를 만한 기가 막힌 맛이다.
 이외에도 삼례 근방으로 흐르는 한내에서 잡히는 민물 게와, 전주의 서천, 남천, 남고천 할 것 없이 너른 들을 끼고 있는 냇가 맑은 모래 속에 서식하는 모래무지 등이 전주 팔미(八味) 또는 십미(十味)에 들었으나 지금은 강물이 오염되어 식재료로 쓸 수 없게 되었다.

 밥을 섞어 먹는 사람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식 특성 중에 섞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김치 한 가지에도 들어가는 양념이 몇 종류며 찌개를 끓여도 보통 예닐곱 가지는 기본으로 넣고 끓여야 직성이 풀린다. 여기다 비빔밥은 음식 섞어 먹는 문화의 대표 격이다. 아마 서양 사람들이나 유달리 음식 먹는 데 깔끔을 내세우는 일본 사람들이 보면 먹고 남은 음식 쓰레기를 담아 내버리는 것으로 오해하기 딱 알맞은 것이 비빔밥이다. 그런 그들이 제법 비빔밥에 열광을 한다니 이제는 점점 세계적인 음식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 전역에 비빔밥 식당 없는 곳이 없으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가장 많이 찾는 메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를 거쳐 가는 어지간한 외국 항공기의 기내식으로도 나오고 동남아를 비롯해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한국 식당 하면 으레 비빔밥이 빠지지 않는다.
 지난 5월 뉴욕의 최고 수준의 요리사인 안젤로 소사(Angelo Sosa)는 음식 전문 온라인 매체인 이터닷컴(Eater.com)이 주관한 미국 최고의 버거 콘테스트에서 비빔밥 버거를 출시하여 우승을 차지하였다니 비빔밥이 미국에서도 한류 바람과 함께 상당한 인기를 끌 조짐일 것이다.

 비빔밥 만들기
 비빔밥은 우선 쌀에서부터 맛이 판가름 난다. 기름 자르르 흐르는 금만경 쌀 한 바가지 씻어 참기름 한 숟갈 두른(원래는 소머리 삶은 물에 밥을 한다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가마솥에 넣고, 솥뚜껑이 들썩거릴 때까지 센 불에 한 번 끓인 다음, 시루에 넣은 지 5, 6일쯤 되는 잔뿌리 없이 통통한 콩나물 한 줌 뽑아 잘 씻어 밥 위에 얹고 다시 약한 불로 뜸을 들인다. 솥 바닥에서 누룽지 눋는 소리가 토드락토드락 들리면서 입에 침이 고이는 고소한 냄새가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불을 줄인다. 이 누룽지는 밥을 푼 후 넉넉히 끓여서 숭늉으로 내놓으면 잘 먹었다는 트림이 절로 나오게 되어 있다.
 이제 머뭇거릴 것 없이 솥뚜껑을 확 열어젖히고 솟아오르는 김을 손사래로 쫓아내면서 고슬고슬하게 잘 퍼진 밥과 콩나물을 나무 주걱으로 뒤섞는다. 이것을 큼직한 뚝배기나 놋주발에 퍼 담아 상에 내면, 무생채, 표고버섯, 오이, 당근 채, 도라지나물, 고사리, 고비나물, 애호박에 미나리, 열무에 밤 채, 은행, 잣, 실고 추까지 골고루 한 젓가락씩 넣고, 밥이 아직 뜨거울 때 날계란 하나 뚝배기 가에 탁 부딪쳐 깨 넣으면 그 색깔이 울긋불긋 백화요란(百花燎亂)의 꽃밥(花飯)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순창에서 온매콤 달콤한 엿 고추장 한술에, 참기름 듬뿍 든 양념장으로 간을 맞추어 비벼 먹는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 훔치며 코 훌쩍거리며 먹는 모습만으로도 밥 한 그릇 더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길 만큼 흐뭇하게 되는 것이 전주비빔밥이다.
 맛있는 비빔밥의 비결은 각 재료들이 고유한 맛을 잃지 않고 가급적 제맛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것들이 섞여서 전혀 다른 차원의 새로운 맛을 낸다는 데 있다. 한 가지라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 밥맛을 버리게 된다. 밥이 설거나 질어도 안 되고, 도라지의 쓴물이 덜 빠지거나 채를 썰어 놓은 게 너무 굵고 딱딱해서 볼따구니를 찌른다든지, 고사리나 미나리가 너무 질기거나 고추장이나 양념장이 너무 짜거나 맵다든지 어느 것 하나만 빗나가도 숟가락질하는 손에 맥이 빠지게 마련이다. 비비는 것도 너무 어설프게 비벼서 밥과 나물이 겉돌아도 안 되고, 숟가락으로 너무 으깨서 비빔밥이 떡이 되어도 제맛을 잃을 수가 있다. 그 적절한 조화를 어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으랴. 비빔밥 한 그릇도 제대로 먹으려면 가히 예술에 가까운 정성이 필요하다.

 여덟 가지 복
 어디 먹는 밥만 그렇겠는가! 사람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각자 다양하면서도 비빔밥처럼 서로 어울리고 조화가 될 때 우리의 가정과 공동체 그리고 정치, 문화, 예술 할 것 없이 먹는 맛처럼 사는 맛이 나는 세상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설교 중 백미(白眉)로 꼽히는 산상수훈의 첫머리에서 이상적인 천국 시민의 자격으로 여덟 가지 마음가짐을 당부하셨다. 빈 마음, 아파할 줄 아는 마음, 부드러운 마음, 옳은 것에 목마른 마음, 자비로운 마음, 청결한 마음,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 정의를 향해 굽힐 줄 모르는 의지 등 여덟 가지다(마태복음5장 1~10절).
 한 사람의 품성도 모나거나 치우치지 않고 마치 잘 비벼진 비빔밥처럼 어울리고 조화되어야 향기가 있고 맛이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한 사람의 아름다운 삶이 지니는 향기와 멋을 어찌 한 그릇 비빔밥에 견줄 수 있을까?
 좀 시간이 남기는 했지만 동계올림픽에 우리나라를 찾는 사람들이 평창의 전통 음식인 메밀묵과 막국수, 감자떡을 곁들여 전통 한식집이라면 어느 곳에나 흔한 비빔밥에 맛 좀 들이고 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 그릇 비빔밥을 대하듯 편하고 쉽게 어울릴 수 있으며 멋과 맛이 자르르 흐르는 우리 국민의 마음씨까지 온 세계에 두루 퍼뜨려 주었으면 하는 소원을 빌어 본다. 
 전정권
본사 편집국장(editor@sijo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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