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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두원의 여우잡이 권두칼럼 | 2011년 6월호 4쪽


 “우리는 사랑의 말을 통해 형제자매들이 우리 곁에 함께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을 표현합니다. 그러기에 다른 사람에 대해 짜증 내며 험담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본인이 없는 데서 형제나 자매를 노골적으로 비방하거나 개인적인 개성에 대해 빗대어서라도 험담해서는 안 됩니다. 가족끼리 하는 험담도 예외는 아닙니다.”(브루더 호프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글에서).

 대부도의 포도밭
 손주들을 보러 대부도에 갈 때마다 아이들 못지않게 정겨운 것이 그곳의 포도밭이다. 가을 운동회에 단체 체조를 하는 아이들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줄을 서서 활짝 벌린 양팔 위로 싱싱한 과일을 단 채 튼실한 넝쿨을 뽑아 올리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르러지는 것 같다. 황토와 바닷바람 때문일까? 그곳 포도는 유난히 달다. 서쪽 해변에서 보는 저녁노을보다 더 붉은 황토와 알맞은 소금기를 머금은 남양만의 바닷바람은 포도가 꽃이 필 무렵부터 벌써 입안에 단물이 고이는 듯하여 입맛을 다시게 한다.
 아늑한 산자락이나 앞이 탁 트인 바닷가에 적당한 크기의 포도밭이 있고, 그 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그야말로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이곳 주민들이 볼수록 부럽다. 아침저녁으로 어김없이 턱밑까지 밀려와 먹이를 더듬는 짐승처럼 쿨럭이다가 아득한 물굽이 반짝이며 물러가는 조수(潮水), 갯벌이 드러나면 수천 마리 게의 바쁜 걸음이 시작되고, 물들면 한가로이 나는 갈매기들이 전곡 항에 가득한 요트의 돛대 위에 한나절 조는 모습을 벗 삼아 사는 그들의 미소가 햇살처럼 맑지 않을 수 있으랴.
 꽃이 작을수록 향기는 더 짙고 열매는 더 달다고 했던가. 포도가 꽃은 비록 보잘것없지만 그윽한 향기와 또 오묘하리만큼 단 그 맛을 어느 과일에 비길 것인가? 가을이면 끝없이 높은 하늘빛을 담아내고, 사시절 바라보는 바다 끝 수평선의 물빛을 머금은 진 보라색 포도 한 송이 잘 씻어 육사(陸史)의 말대로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위에 얹어 내온다면 정다운 사람들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보내는 한나절이 어느 하늘 밑에 그보다 나은 행복이 있으랴.
 포도는 우리가 흔히 아는 진보라색의 캠벨스 얼리나 거봉 등 식용 포도를 비롯하여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 누아르, 시라, 메를로, 가메이 등의 적포도주용과 리졸링, 샤도네이, 슈냉불랑 등 백포도주용,유럽계와 미국계 그리고 혼합하여 만든 변종이 지금까지 무려 15만종이나 있다 하니 그야말로 그 맛에 있어서나 종류 그리고 그 생산되는 양에 있어서 과일의 왕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탈리아, 중국, 미국, 프랑스 등 세계 주요 10개국의 생산량만 따져도 일 년에 거의 5천만 톤이 나오는 과일의 제왕(帝王)이다.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성경에서 포도는 정말 오랜 역사를 가진 과일이다. 노아의 홍수 이야기에서부터 벌써 등장하고 있다. 홍수를 겪고 난 후 “노아가 농업을 시작하여 포도나무를 심었더니”(창세기 9장 20절)라는 것이 포도에 대한 성서의 첫 구절이다. 그 이후 이스라엘 역사에서는 포도를 매우 신성한 과일로 여겼다. 포도는 국가를 상징하기도 하고 가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네 집 내실에 있는 네 아내는 결실한 포도나무 같으며”(시편 128편 3절)라든지,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포도송이에는 즙이 있으므로 혹이 말하기를 그것을 상하지 말라거기 복이 있느니라”(이사야 65장 8절)라는 기록도 나온다.사랑의 노래라고 알려진 성경의 아가(雅歌)를 쓰면서 솔로몬은 그 작품을 공연하는 무대를 포도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꽃이 피고 꽃술에서 퍼지는 향기가 미풍을 타고 흩어지는 포도원에서 푸르고 싱싱한 열매를 가꾸는 포도원지기의 연가(戀歌)가 바로 아가서다. 그래서 사랑의 맛과 향을 노래하는 내용을 자주 포도에 비유하고 있다.
 “나의 사랑하는 자는 내게 엔게디 포도원의 고벨화 송이로구나”(1장 14절), “나의 신부야 네 사랑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네 사랑은 포도주에 지나고”(4장 10절), “배꼽은 섞은 포도주를 가득히 부은 둥근 잔 같고”(7장 2절), “네 유방은 포도송이 같고”(7장 8절), “네 입은 좋은 포도주 같을 것이니라”(7장 9절)는 구절들에서 시인이 연인의 아름다움을 포도에 견주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포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소중한 포도원에도 한 가지 골칫거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런 부탁을 한다.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니라”(아가 2장 15절). 포도원을 망가뜨리는 여우를 잡아 달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에는 포도원을 해치는 짐승으로 여우가 아주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우도 큰 놈은 눈치 봐 가면서 잘 익은 열매나 따 먹지만 아직 어린 새끼 여우는 막무가내로 이제 막 피어난 포도꽃을 망쳐 버리는 통에 농부들에게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라고 한다. 포도꽃의 향기를 좋아해서 그것을 따 먹느라고 가지를 타고 다니며 마구부러뜨리는 바람에 그 피해가 적지 않은 것이다.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란 여러 가지를 상징할 수 있다. 가족의 화목을 깨뜨리고 국가를 무너뜨리는 것이 때로는 전쟁이나 재난같이 큰일만은 아니다. 작은 물구멍이 큰 땜을 무너뜨리듯 때로는 아주 작은 문제들, 아주 사소한 분란이 끝내는 가정의 파탄을 불러오고 국가를 어려움에 빠지게 한다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도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새끼 여우가 제가 터 잡고 사는 근거지라는 것도 모르는 채 포도꽃을 물어뜯고 다니다가 결국 제 터전을 황폐화시키고 마는 것처럼 사람도 자기가 속해 있는 공동체의 구성원을 닥치는 대로 헐뜯고 다니다 보면 결국은 제 발 디딜 곳을 잃게 된다. 그래서 가정이나 회사나 어떤 공동체든지 화합하지 못하는 것만큼 위험한 요소는 없는 것이다.

 브루더 호프의 교훈
 1920년대 독일의 유명한 강사요 작가였던 에버하르트 아놀드가 베를린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재산을 정리한 후 처자를 거느리고 자르네쯔라는 자그마한 마을로 이사를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초기 사도 시대의 교회처럼 사랑을 실천하는 작은 공동체를 세웠다. 그 공동체의 이름이 16세기 종교 개혁 당시 재세례파(Anabaptists)로 알려진 사람들의 한 분파에서 영향을 받아 자신들 의 명칭을 브루더 호프(Bruderhof, 형제들의 처소라는 뜻)라고 부르
게 된다.
 부르더 호프는 나치의 박해와 제2차 세계 대전 속에서도 군 입대나 투표하는 일까지도 거부하면서 비폭력주의로 일관하며 버텨 왔다. 이런 이유로 독일에서 추방되고 가까스로 영국에 새로운 공동체가 세워졌지만 다시 어려움이 이르러 오자 남미의 파라과이에 정착하게 된다. 남미의 밀림 속에서 10여 년간 풍토병과 싸우며 버텨 오던 그들은 다시 1950년대에 미국과 유럽에서 공동체 지부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현재는 뉴욕에 셋, 펜실베이니아에 둘 그리고 영국 남동부에 두 개가 있다. 2,500명 정도의 적은 숫자이지만 철저히 예수를 따르며,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 교회와 그리스도의 산상 설교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 사유 재산 없이 함께 일하고 함께 다양한 선교활동을 하는 전원공동체(田園共同體)이다.
 이 공동체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사람을 받아들인다. 장애자, 부랑자, 미혼모, 술주정뱅이, 행려병자 등 세상에서 실패하고 좌절한 사람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그들은 곧 공동체 내의 다른 사람을 헐뜯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이 공동체 내에서 어울려 살 수가 없다.
 “우리는 사랑의 말을 통해 형제자매들이 우리 곁에 함께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을 표현합니다. 그러기에 다른 사람에 대해 짜증 내며 험담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본인이 없는 데서 형제나 자매를 노골적으로 비방하거나 개인적인 개성에 대해 빗대어서라도 험담해서는 안 됩니다. 가족끼리 하는 험담도 예외는 아닙니다. 만약 두 사람이 피차 일치를 보지 못할 경우에는 두 사람 다 신뢰할 수 있는 제 삼자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두 사람은 서로 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 가장깊은 수준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브루더 호프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글에서).
 이것이 그들이 지금껏 그토록 단단한 결속을 다지고 공동체를 이루어 오는 가장 중요한 비결 중 하나이다.

 남의 눈에서 티를 보기 전에
 그들이 생활 규범으로 삼고 있는 마태복음의 산상 수훈에서 그리스도는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욕)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히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5장 22절)고 경고한다. 그래서 “예물을 제단에 드리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 들을 만한 일이 있는 줄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5장 23, 24절)고도 충고한다.
 형제를 헐뜯고 비판해서 분위기를 깨는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7장 1~3절)는 명언을 남기기도 하셨다.

 암 같은 존재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의 발전에 장애가 되고 걸림돌이 되는 사람을 흔히 암적 존재라고 말한다. 여러 행태(行態)가 있겠으나 끊임없이 자기가 속한 조직을 분열시키고 이간시켜서 결국은 와해시키고 마는 사람이 그중 한 사람이다. 본인이 깨닫건 깨닫지 못하건 습관적으로 지속적으로 해를 끼치는 사람의 대표적인 특성이 같은 동료나 상사,또는 구성원에 대해 험담하고 헐뜯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있는 공동체는 늘 편치 못하며 오래 유지될 수 없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만일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 멸망할까 조심하라”(갈라디아서 5장 15절)고 충고했을 것이다.
 영국의 문호 닥터 존슨은 “하나님조차 한 사람을 심판하려면 그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신다.”고 했던가. 혹여나 우리에게 너무 쉽게 남의 말을 하고 헐뜯는 유전자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대부도에 맏물 포도가 나오면 좋은 송이 하나 골라 포도 알도 서로 단단히 어울려 붙어야 아름답다는 것을 손주들에게 설명해야 할텐데 잘 알아들을는지 모르겠다.
 전정권
본사 편집국장(editor@sijo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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