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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종로새생명 건강 동호회 건강인 탐방 | 2011년 3월호 16쪽

 
 그리운 그곳
 12년 만에 재발한 ‘전이성 암’으로 투병 중에 있는 곽정란 씨 글을<가정과 건강>에 올 2월까지 5회에 걸쳐 소개했었다. 그중 2011년 1월 호에 보면 “어느 날 항암치료를 받고 초라한 몰골로 그 식당을 찾았다. 그곳 음식이 너무나도 그리웠기 때문이다.”라는 대목이 있다. 절박한 심정에 있는 사람의 뇌리에 떠오른 곳. ‘어머니가 해 준음식 같았을까? 아니면 식음을 전폐하던 조선왕 순종이 눈물을 흘리며 다 비웠다는, 궁중 요리사(대령숙수)가 마지막으로 바친 소고기국 같은 맛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1월 21일 종로에 위치한 그곳을 찾았다. 오전 11시 30분, 주방과 홀에서 음식 준비와 세팅이 한창이었다. 별실까지 200여 명이 식사할수 있는 공간에 식탁보가 예쁘게 덮인 식탁들이 놓여 있었다. 미리와서 음식이 다 차려지기를 기다리는 분도 있었다. 갓 요리를 마친음식들이 먹음직스럽게 뷔페식 식탁에 올려졌다. 함께 간 사진 기자는 손님 오기 전에 요리 모습을 담겠다고 작은 반사판을 요리 주위에 둘러놓고, 하나하나 진지하게 셔터를 눌렀다.
 
 이렇게 편해도 되나요?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친구 사이인 듯 중년 여성 세 사람이 자리를 잡았다. 아까부터 곱게 차려 입고 주방에서 홀까지 분주히 오가던 봉사자 한 분이 반갑게 맞이해서 안내했다. 허물없이 인사를 나누는 걸 보니 이미 잘 아는 사이인가 보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7,8명의 남성들이 홀 안쪽 널찍한 곳으로 안내를 받아 자리한다. 역시 잘 아는 사이 같았다. 중년 여성과 여대생 정도로 보이는 두 여성은 닮은 모습이 분명 모녀 사이다. 금방 빈자리가 없이 꽉 찼다.나와 사진 기자가 자리한 오른쪽 바로 뒤편에도 남녀가 앉았다. 두사람 다 백발이 성성한데, 남자는 가만히 앉아 있고, 여자가 일어서서 “아버지, 이 자리 괜찮죠? 아버지, 뭐 먼저 드실래요?”라는 소리가 들려 언뜻 딸이 아버지를 모시고 왔다고 착각했다. “두 분 부부시죠?” 라고 확인하니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아버지라고 부르는 소리가 너무 다정해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여기 온 모든 사람이 처음 와서 어색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는 모습, 차려진 음식을 찬찬히 살피면서 여유롭게 음식을 뜨는 모습, 함께 담소를 나누면서, 아니면 혼자인 분도 음식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먹는 장면마다 여유와 기쁨이 배어 나와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소문난 식당에 줄서서 기다리다 허겁지겁 먹고, 기다리는 사람 생각해서 빨리 일어나는 왁자지껄한 모습은 없었다. 고급 호텔 뷔페처럼 너무 많은 음식 가짓수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딱히 먹을 게 없어 이것저것 갖다 먹다 속이 불편해질 필요도 없었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점심 때 모여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음식 나누고, 서로 이야기하는 풍경…. ‘여긴 식당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새생명 건강동호회라는 이름이 딱 어울렸다. 세상살이에 힘들고 지친 심신을 정화시켜 살아갈 힘을 재충전하는 행복 발전소. ‘아! 그래서 곽정란씨가 그렇게 이곳 음식을 그리워했구나! 음식만 그리웠던 게 아니라 자신의 괴로운 처지를 들어 주고 보듬어 주고 용기를 주는 마음따뜻한 사람 때문에, 이 평온한 분위기가 그리웠던 거로구나.’ 그렇게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소박한 사람들
 2시가 거의 다 될 때까지 오는 분이 있었다. 역시 밝은 미소로 인사를 나누는 게 잘 아는 사이 같았다. 봉사자 중 한 분이 식사하는 손님들에 대해 소개하기를, 저분은 한정식 식당 주인, 고깃집 주인,은행장, 목사, 신부, 주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고 했다. 휠체어에 아버지를 모시고 들어오는 사람은 부자(父子) 약사라고 알려 줬다. 부친을 위한 효심이 느껴져 볼 때마다 감동적이라고 덧붙인다. 이곳 음식은 불뚝 힘이 솟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여 허물 수 없는 든든한 건강 탑이 쌓이는 걸 체험할수 있는 건강 음식, 질병에 걸린 사람에게는 치유를 선물하는 고마운 음식이다. 한쪽에서는 스님과 목사가 음식을 나누며 인생과 건강, 종교 이야기를 나눈다. 거기에 논쟁이 오갈 틈이 없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서 주방과 홀에서 일하는 몇 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손님을 맞이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맡은 김광춘 씨, 주방장 김원숙 씨와 함께 일하는 몇몇 분들이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어느 분 하나 과장하거나 자랑하지 않는 태도에 참 소박한 분들임을 느꼈다. 그중에 한 분이 “여기는 이윤 추구를 위한 식당이 아니라며,모두가 봉사자로서 자부심 속에서 일해서 그런지 손발도 척척 잘 맞고 힘든지 모른다.”고 말하자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주방장 김원숙 씨는 이곳 음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종류는 그리 많지 않아요. 재료는 현지에서 직거래로 가져옵니다. 최대한 국내산을 쓰고요. 음식의 신선도와 영양가는 보장할 수 있어요. 이익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음식 만드는 분들이다 그래야 하듯이 저도 정성을 다해 식단을 짜고 요리를 합니다.
 오시는 분들이 맛있다고 하면 제일 좋죠. 특별히 여기 오시는 투병중인 분들이 나았다는 소식을 들을 때가 가장 신납니다. 자부심도 더 생기고요.”
 이곳이 문을 열 때부터 일해 온 장승자 씨는 본래 건강 체질이 아니라 여기 주방에서 일한다고 할 때, 가족, 친구, 교회 식구들 모두는 저 사람 오래 못할 거라고 했다고 한다.
 “제가 특별한 질병은 없었어도, 몸살, 감기 등 잔병이 많았는데, 한달 두 달, 일 년이 가도 병원을 안 가니 신기하게 생각했어요. 오히려 여기서 일하면서 건강해졌어요.”
 드문 일이지만 처음 소개를 받고 온 분 중에 음식이 왜 이러냐고 문의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맵고 짠, 자극적 음식, 육류에 입맛이 길들여 있던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식에 대해 설명하면 대부분 이해하시고, 몇 번 찾다 보면 식재료 고유의 맛을 잘 살린 이곳 음식 맛에 반하게 된다고 했다.
 이곳에는 순종이 눈물을 흘리며 먹었다는 소고기국은 없다. 모든 음식이 채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박한 사람들이 진실한 마음으로 만드는 정성과 영양이 음식에 가득하다. 즐거움과 편안함이 자리마다 배어 있다.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은 종업원으로,음식을 먹는 사람은 손님으로 구분되지 않는 곳. 마음 맞는 친구들이 모인 느낌이 드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벽에 걸려 있는 글귀가 새생명 건강 동호회 사람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모습 그대로였다.
 

 대한민국 서울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종로구 견지동 74-2에는 서울중앙교회가 있다.교회는 지역 사회 주민들의 복지와 건강을 위하여 세 가지 사업을 시행해 오고 있다.첫째는, 1992년 시작한 ‘은빛샘 봉사회’이다. 매주 토요일 300여 명의 노인들에게 예배와 점심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매주 첫째, 셋째 토요일에는 의사들과 간호사, 물리치료사, 약사 및 분야별 전공 학생들 그리고 자원 봉사 단체 봉사자들이 노인들을 위하여 무료진료, 이발, 물리치료를 해 드리고 있다. 둘째는, 1993년에 시작한 ‘세 천사 장학회’이다. 지역 사회 주민의 자녀들 가운데, 가정생활이 곤란하여 학업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발하여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셋째는, ‘종로 새생명 건강동호회’이다. 이 사업은 2002년에 시작되었으며, 종로의 빌딩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건강을 위하여 채식 뷔페 점심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각종 공해로 인한 육식의 부작용에서 직장인들을 보호하고자 시작한 이 사업은 이제는 채식 건강 요리에 관심이 많은 주부, 환자들에게 알려져 찾는 계층이 다양해졌다. 수익금 일부는 ‘은빛샘 봉사회’를 후원한다. 더 나아가 건강동호회원들의 식생활 개선을 위하여 ‘민들레 채식 요리 교실’을 개최하여 직접 요리법을 습득하도록 돕고 있다. 문의 전화 : (02)3210-2151, 735-5681

 최재준
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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