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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탄작 明珠彈雀 권두칼럼 | 2011년 3월호 4쪽


 참새 이야기
 참새를 잘 그리는 지인(知人)이 있다. 진도의 외딴 마을에서 그가 사는 농촌 풍경을 평생 화폭에 담고 사는 분이다. 몇 해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회를 한다기에 들렀더니 그의 그림에 유달리 참새가 많이 눈에 띄었다. 반개(半開)한 석류나무 가지에 앉아 다정하게 지저귀는 모습이라든지, 벼가 누렇게 익은 들판을 그리면서도 벼 이삭에 암팡지게 달라붙어 식성 좋게 낱알을 먹는 참새의 모습은 가을을 훨씬 더 싱싱하게 해 준다. 그가 사는 마을에 참새만큼 정겹게 하는 것이 따로 없는 모양이다. 하긴 도시나 농촌을 막론하고 주변에 참새만큼 그렇게 흔하고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공원에 가도, 들에 가도 떼로 몰려다니는 게 참새다. 동물원에 가면 거기 이름 붙은 동물의 수보다도 훨씬 많은 참새가 제집처럼 철망 사이를 마음대로 드나들며 먹이의 절반은 먹어 치우고 있다. 참새는 지구 상에 거의 없는 곳이 없는 새다. 북구에서부터 중동, 아시아, 미국 등 그야말로 전 세계에 널려서 이 세상에 가장 넒은 영토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족속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흔해 빠진 것이 참새일 것이다.
 참새는 참새목(目)에 베 짜는 새과(科)(이전에는 참새과라 했음.)에 속하는 조류로 몸길이는 14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새다. 머리는 짙은 갈색이고 등은 약간 옅은 갈색이다. 등에는 검은 줄무늬가 세로로 나 있고 날개에는 가는 두 줄의 흰 띠가 있다. 귀여운 두 볼은 흰색인데 눈 주위는 커다란 검은 색이어서 아이섀도를 넓게 바른것처럼 보인다. 턱 밑에도 검은 털이 있어서 얼굴색이 더 희게 보이는 받침대 역할을 하고 있다. 암수의 모양이 똑같아 보통은 구별할 수가 없다. 다 자라면 배는 약간 흐린 흰색이 된다. 조그마한 게 소리는 얼마나 큰지 아침에 몇 마리만 마당의 감나무에 앉아 짹짹거리면 어지간한 잠꾸러기라도 잠을 깨지 않고는 배겨 낼 수가 없다.
 참새가 사는 곳은 그야말로 일정하지 않다. 나무에 뚫린 구멍 속에 살기도 하고 벽 틈을 비집고 들어가 둥지를 틀기도 한다. 새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지붕의 처마 끝이다. 기와집인 경우는 처마끝의 기왓장 밑에 구멍을 내고 둥지를 틀며, 시골의 초가집에는 처마 끝의 짚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깊은 구멍 속에 들어가 산다. 이구멍 속에 봄이면 대여섯 개의 황갈색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운다. 번식력이 얼마나 강한지 농사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벌레를 많이 잡아먹어서 농사꾼에게 보답하는 일도 한다. 일 년 내내 가까운 도회지에 여행 한 번 하는 일도 없이 아무리 쫓아도 그냥 그 마당에서 한평생을 사는 텃새로 알려져 있다.

 참새 잡기
 필자가 어린 시절, 농촌에서는 아이들에게 참새 잡는 일만큼 중요한 일도 별로 없었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참새들이 갈 곳이 없기때문에 참새 잡기에 그만이다. 헛간이나 마당귀를 쓸고 가마니나 안반, 또는 재를 담아내는 삼태기를 엎어 막대기로 받쳐 놓고 그밑에 곡식을 살살 뿌려 놓은 다음, 그 막대기에 긴 새끼줄을 달아방으로 끌어들인다. 장지문 창호지에 침을 발라 구멍을 뚫고 밖을 내다보며 코를 훌쩍거리면서 참새가 꼬여 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 참새라는 녀석들도 닳고 닳아 눈치가 보통 빠른 게 아니다.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어찌나 빨리 달아나는지 몇 번이나 헛수고를 해야 한다. 참새가 안쪽 깊숙이 들어간 것이 보이면 냅다 새끼줄을 잡아당겨 덫에 깔리거나 갇히게 되는데 방문을 박차고 쏜살같이 달려가 발로 밟아서 참새를 잡는다. 조금만 늦어도 다잡은 게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개 나이가 좀 든 어른들과 함께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줄 잡아당기는 것 때문에 서로 승강이를 하기도 한다. 잡은 참새는 화롯불이나 부엌의 짚불에 통째로 구워서 먹는데 밤톨만 한 게 맛은 참새고기 한 점이 소고기 열 점 하고도 안 바꾼다고들 했다.
 참새를 가장 쉽게 잡는 방법은 밤중에 처마 끝에 손을 넣어 잡는 방법이다. 달도 없는 밤이면 더욱 좋고 한밤중이면 더할 나위가 없다. 깜깜한 밤에 사닥다리를 세우고 처마 끝을 더듬다 보면 작은 참새 구멍들이 있다. 그 속에 팔꿈치가 넘어 가도록 손을 넣으면 손안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덩어리가 쏙 들어오는 것이다. 주머니 같은 것을 차고 그 속에 넣는 것인데 그야말로 주워 담는 식이다. 이것은 사닥다리가 높고 위험하기 때문에 조금 큰 형들이 주로 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 말고도 조무래기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새총 쏘기다. Y자로 된 나뭇가지를 적당히 잘라 끝에 탄력 좋은 고무줄을 묶고 가죽을 댄 고무줄 새총을 안 가진 아이가 거의 없었다. 여기에 작은 돌멩이를 넣고 탱자나무 울타리 사이나 빨랫줄, 살구나무 가지 그리고 마당 끝에 뿌려진 닭 모이를 훔쳐 먹으러 온 녀석들을 향해서 겨우내 새총을 겨누는 것이다. 이렇게 새총을 쏘아대다 보면 뉘 집 유리창이나 장독을 깨뜨리기도 하고 넘실 넘실 물을 길어 이고 가는 순덕이의 물동이를 깨뜨리기도 한다. 그뿐인가. 때로는 새총이 빗나가 다른 아이의 머리통에 주먹만 한 혹을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는 눈에 맞아 실명을 한 아이까지 생겨나곤 했다. 그야말로 참새 한 마리 잡으려다가 살림을 잡기도 하고 사람을 잡고 마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온 동네뿐 아니라 면내(面內)에 삽시간에 소문이 나게 되어 한동안 집에서나 학교에서 새총 압수 수색이 벌어지곤 한다.

 명주탄작(明珠彈雀)
 장자(莊子) 양왕(讓王) 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노(魯)나라의 애공(哀公)은 안합(安闔)이라는 사람이 범상한 인물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를 만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적지 않은 예물을 들고 그를 찾아보라고 했다. 애공의 심부름꾼이 찾아가 보니, 안합은 매우 허술한 집에서 남루한 옷을 걸치고는 소를 치고 있었다. 사자(使者)가 그에게 인사를 하고 애공의 예물을 전하려고 하자 안합은 사람을 잘못 찾아온 것 같다며 다시 자세히 알아보라는 말로 사자를 돌려보냈다. 애공의 사자가 다음에 다시 그의 집을 찾았지만 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시 그를 만날 수가 없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장자는 이런 주석을 단다.
“안합이라는 사람은 부귀에 전혀 뜻이 없었다. 부귀가 찾아오는 것 또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니 세상에 드문 사람이다. 세속에 이름을 날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모두 죽자 사자 목숨도 돌보지 않고 부귀를 추구하는 것인데 이는 슬픈 일이 아니던가. 간단한 예로 이렇게 생각해 보자. 예컨대 어떤 사람이 수후(隨侯)의 보석(수나라 국왕이 큰 상처를 입은 뱀을 구해 주었더니 후에 야광주를 물고와 보답했는데 이 보물을 수후지주(隨侯之珠)라고 한다.)으로 천길이나 되는 벼랑 위의 참새를 쏘아 잡았다고 한다면 세상 사람들은 분명 그를 비웃을 것이다. 어찌 하찮은 것을 잡는데 그 귀중한 것을 수단으로 쓴단 말인가. 그러니 사람의 목숨이야 어찌 수후의 보석 따위와 비교가 되겠는가.”
 여기서 나온 말이 명주탄작(明珠彈雀)이라고도 하고, 수주탄작(隨珠彈雀) 또는 이주탄작(以珠彈雀)이라고 한다. 모두 하찮은 것을 위해서 너무 값진 것을 버린다는 안타까움을 뜻하는 말이다.돌이켜 보면 참새 한 마리 잡기 위해서 그 긴긴 방학 내내 뛰어다니던 철없는 시절이 그 때로 끝나고 만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많은 세월, 그 소중한 젊음이 가는 동안 무엇을 위해 쏘다녔는가를 생각해 보면 명주탄작이 꼭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날아가 버린 세월, 사라져 버린 젊음을, 무엇을 잡으려고 다 던졌던가하는 생각 말이다.
 세상에 이런 소탐대실의 이야기는 우리 곁에 수도 없이 많다. 별것도 아닌 이익에 몰두하느라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건강을 잃고, 조금 편안함을 찾다가 명예를 잃고 후회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던가? 정부의 높은 직책에 부름을 받고도 병역 문제, 투기나 탈세 문제로 낙마하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어찌 들지 않던가? 지나고 보면 다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인데 별것도 아닌 이득에 목숨 걸다 보면 더 소중한 우정도 신용도 잃고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처량한 신세를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해로운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과도한 흡연이나 음주, 심지어 마약을 서슴지 않는 것이 바로 명주탄작이다. 순간의 짜릿함이나 얼마의 상금을 위해서 저런 위험한 일을 해야 하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드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창 꿈을 키우고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해야 할 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이 밤 깊은 줄 모르고 게임방에 앉아서 시간을 죽이는 것을 보면 머리통에 꿀밤이라도 한 대씩 먹여 가며 명주탄작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참새 몇 만 마리를 사고도 남을 다이아몬드를 던져 기껏 참새 한 마리 목숨 거덜 내는 일에 내던지는 것 같은 안타까움 말이다.
 예수께서 한번은 제자들에게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을 바꾸겠느냐”(마태복음 16장 26절)고 탄식하신 적이 있다. 당장 눈앞의 안일을 위해서 정말 가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나무라신 것이다. 눈에 보이는 이생의 덧없는 것에 목숨 걸지 말고 하나님이 준비하신 영원한 생명의 길을 가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신앙이란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서 덜 가치 있는 것을 과감하게 버리는 참된 가치 추구의 길이라는 가르침이다.
 참새 한 마리도 작은 욕심 때문에 덫에 걸려 목숨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곡식 몇 알 먹으려다가 개구쟁이들의 덫에 치어 목숨을 잃는다. 어린 시절 그렇게 많이 보았으면서도 그 아이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참새의 길을 똑같이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다시 한번 살펴볼 일이다. 지금 내가 몰두하고 있는 그것이 정말 참새 한 마리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고 세상에 다시없는 보석을 내던지고 있는 삶은 아닌지 말이다.

 
 전정권
본사 편집국장(editor@sijo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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