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0대 남자이고, 가장입니다. 우울증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우울하고 불면증도 있고, 자존감이 떨어지고, 의욕이 없으며, 직장을 구했어도 초기에는 열심히 일을 하는데,조금 지나면 쉽게 지치고, 싫증이 나서 그만둔 경우가 많습니다. 아내 수입으로 생활하니 아내에게 떳떳하지 못하고 많이 힘듭니다.어떤 때는 차라리 조용히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인터넷에서 우울증에 대한 정보를 얻어서 벗어나려고 시도해 봤는데도 잘 안 됩니다. 저는 모태 신앙인으로 교회에 다니는데, 교회에서는 마귀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꼭 도와주세요.

 직장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가장 역할도 제대로 못한다는 생각에 자살 생각까지 스쳐 지나간다고 하니 참 힘든 상황이시군요. 가정 경제를 아내가 책임지고 있어 미안하고 면목이 없고, 더 우울해지는 처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교회에서 자신의 문제를 마귀 때문이라고 했을 때 ‘내가 마귀에게 조정 당하고 있나?’라는 생각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었겠습니다.우울증에서 벗어나는 길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정신적인 문제는 생물학적, 개인적, 사회적, 영적 문제 등 복합적인 요소에 따라 발생한다는 균형 잡힌 견해가 필요합니다. 중세 기독교에서는 정신적, 심리적 문제나 증상을 마귀의 작용으로 간주한 역사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망상을 보고, 환청을 듣고, 생활 관리를 잘못하는 경우에 귀신 들렸다고 표현했습니다. 중세에는 귀신을 쫓아내는 의식으로 두개골에 구멍을 뚫은 기록이 있습니다. 현대 의학에서 정신분열증은 유전적 요소가 강하고,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 과다 분비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또한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이중적인 메시지를 주거나, 비난과 비판을 많이 받고 성장하면 자신을 비난하고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높아져 정신과적인 병으로 발전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울증 역시 두뇌의 세로토닌 결핍이 그 원인 중 하나입니다. 심한 경우 약물 치료를 하지만, 인지행동 치료를 통해 세상을 보는 관점과 왜곡된 사고를 변화시켜 주면 회복됩니다. 인간의 심리적 문제를 영적 원인으로 돌리면, 문제에 대한 책임 의식이 사라지고, 영적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마녀사냥식으로 접근하려는 위험성이 생깁니다.

 둘째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환경을 바꾸기보다는 자신속에 존재하는 비현실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바로잡아야 합니다.즉 인지 왜곡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울증을 경험하거나 취약한 사람들의 사고 방식에 대한 연구를 보면, 우울한 사람들은 세상과 자신과 미래에 대한 부정적 사고를 많이 합니다. 이들은 과거에 성공한 경험이 있어도, 실패한 사건에 선택적으로 초점을 맞추거나,남들이 지적하는 장점도 무시하거나 부정합니다. 또한 미래는 불확실하고, 실패할 것이라는 부정적 기대를 합니다. 이런 부정적인 사고를 하면 우울증에 빠지게 됩니다. 성경에서는 “너희가 진리 안에 거하면 자유와 평안함을 얻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 말씀을 음미해 보면 우리가 진리 안에 있지 못하면 자유 대신에 속박과, 평안함 대신에 불안과 우울을 경험한다는 뜻입니다. 사실이 아닌 생각의 매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성경이나 심리 치료의 공통적인 원리입니다. 예들 들면, 귀하는 자존감이 낮다고 표현했는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돈벌이나 학벌, 외모에 기준을 두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면 우쭐하고,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과 비교하면 우울하지는 않았는지요? 성경은 우리 약점과 허물을 예수님께서 대신 갚으셨기에 우리는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말고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라고 합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수용하시는 것처럼 귀하도 자신의 약점, 장점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를 지녀야만 근본적으로 우울증에서 회복될 수 있습니다.

 셋째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자신을 정죄하고 심판하지 말고, ‘이번에는 못했지만, 다음에는 더 열심히 잘하자.’라는 태도로 자신을 수용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우울한 사람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자아(ideal self)와 현실적인 자아(real self)에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원하는 만큼 현실이 따라 주지 못할 때 우울한 것입니다. 귀하는 원하는 직장이 없고, 예상만큼 돈을 못 벌어서 우울합니다. 그러나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울한 사람들은 당위적인 이상적인 자아가 강하고, 이를 가지고 현실적인 자아를 공격하면서 비난하고 멸시하고, 평가하고 판단합니다.예컨대 , ‘너는 직장을 구하면 당연히 유지했어야 하는데, 못한 것을 보니 정말 미련하고, 형편없구나.’, ‘넌 가장으로 당연히 돈을 벌어서 주도해야 하는데, 못하는 것을 보니까 한심하다.’라고 자신의 당위적인 이상적 자아로 현실적인 자아를 심판하고 정죄할 때 우울증이 생깁니다. 이러한 현상을 성경은 우리가 율법이라는 당위아래 사는 삶으로 표현했고, 율법 아래 있으면 심판과 정죄하는 삶이기에 평화가 없다고 합니다. 당위적인 이상적 자아라는 폭군 밑에 사는 사람들은 살아서 지옥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처방은 예수님이 우리의 허물과 죄를 십자가 상에서 속죄양이 되셔서 대신 청산했기에, 우리는 자신을 정죄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이 우리에게 베푸신 은혜로운 태도로 우리자신을 대해야 예수님의 은혜가 우리에게 실현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실수하고 넘어지는데, 얼마나 우리 자신을 수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성경적인 답변은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의 참뜻은 하나님 앞에 올 때까지 계속 자신을 용서하고 수용하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귀하는 직장을 구해서 일을 하려고 노력하다가 좌절하고 실패할 때, ‘이번에도 실패한 것을 보니 가망이 없어. 너는 별수 없어!’라는 부정적인 소리 대신에, ‘괜찮아! 다시 일어나. 나는 너를 믿는다.’라면서 애타게 격려하시는 예수님의 음성을 들으셔야 합니다.

 넷째 진리를 의심하기보다는 내 태도를 바르게 정립해야 합니다.이제는 심리적 성장과 영적 성장은 통합적으로 가야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성경적인 원리가 교회 안에서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고 귀하의 심리적인 환경과 상황 속에서 실현되고 이루어져야 합니다.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적용하려고 했는데도 마음에 평안함이 없으면, 하나님의 말씀을 의심하기보다는 내가 과연 하나님의 말씀을 현장에서 정확히 적용했는가, 왜곡했는가를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영적으로도 건강하고 성숙한 사람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