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생'소리'를 들으며 살아간다.
심지어 잠을 자는 동안에도 우리의 청각은 깨어서 듣고 있다고 한다.
아기는 엄마의 자장가를 들으며 잠이 들고, 학생들은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지식을 얻는다. 아름답게 연주되는 바이올린 선율을 들으며 감동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종은'딸랑딸랑'울리고 개는'멍멍'짖는 것을 우리는 듣는다.
누군가 등 뒤에서 나를 부를 때 보지 않고 목소리만 들어도'영희'인지'철수'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어린 시절에 필자는 삼육대학교 호수에 올라 친구들과 돌을 던지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물에 돌멩이를 던지면 수면위에 동그란 파문이 번져 나가듯이 어떤 물체의 진동으로 시작된'소리'는 음파를 일으키며 주변 공기로 퍼져나간다.
이렇게 퍼져나가는'소리'는 주파수, 세기, 음색이 모두 달라 각각의 특징적'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다.
'주파수'란 1초당 진동수를 말하며 헤르츠(Hz)라는 단위로 표현하는데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파수의 숫자가 커질수록 높은 음이 된다. 사람은 통상 20~20,000헤르츠의 음을 들을 수 있는데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사람의 음성은 300~3,000헤르츠이다.
소리의'세기(크기)'는 음파의 진폭에 따라 결정되며 데시벨(dB)이라는 단위로 표현하는데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진폭이 클수록 큰 소리가 된다. 정상인은 20데시벨보다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으며, 들을 수 있는 최소 소리 크기인 청력수치가 20데시벨 이상으로 높아질수록 귀가 나쁜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신체에서 이렇게 다양한'소리'를 듣는 감각기관이 바로'귀'이다.
이제 <그림 2>를 보면서 우리 귀에 들려온 음의 진동이 어떤 경로를 통해 뇌에서'소리'로 인식되는지 음파를 타고 여행을 해보자.
어린아이에게'귀가 어디 있을까요?'라고 물으면 얼굴 양옆에 달려 있는 귀(?)를 얼른 잡는다. 사실 이것은 정확히 말하면'귀'가 아니라'귓바퀴'이다. 귓바퀴는 음파를 효과적으로 모아 귓구멍(외이도)으로 넣어 주는 역할을 한다. 잘들리지 않는 소리를 크게 듣기 위해 손을 약간 접어 귓바퀴 옆에 대고 들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귓구멍을 타고 2.5센티미터 정도 들어간 음파는 0.1밀리미터의 얇은 원뿔 모양의'고막'에 부딪히고'고막'은 진동하게 된다. 고막 안쪽인 중이에는'중이강'이라는 공기로 가득 차있는 공간에 추골(망치뼈), 침골(모루뼈), 등골(등자뼈)이라고 부르는 세 개의 이소골(귓속뼈)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중 등골은 쌀 한 톨보다 더 작은 뼈로 우리 신체에 있는 뼈206개 중에서 가장 작은 뼈이지만 이처럼 작은 뼈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듣는데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보면"작은 고추가 맵다."는 옛 속담이 등골에 꼭 들어맞는 것 같다.
중이의 고막과 이소골은 외이도를 통해 들어온 음파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음파가 중이(기체, 공기)에서 내이의 달팽이관(액체, 림프액)으로 전달될 때 밀도의 차이로 음파에너지의 0.1퍼센트만 전달되기때문에 이를 보상해 주기 위해 음파의 증폭이 필요하다. 음파에너지를 증폭하는 방법은 <그림 3>에서와 같이 고막과 난원창(등골이 달팽이관에 연결된 부분)의 넓이 비가 17 대 1이고 고막에 연결된 추골과 침골의 지렛대 비가 1.3배로 고막에 전달된 소리가 17×1.3 = 22배(약 30데시벨) 증폭 되어 달팽이관으로 전달된다.
중이의 고막과 이소골을 통해 내이로 전달된 음파가 달팽이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뇌까지 올라가는지는 다음 10월 호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고 잠시쉬며 귀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 보자.
귀는 왜 하나가 아니고 두 개일까?
한 지점에서 발생한 소리가 공기 중에서 초속 340미터로 이동해 머리를 사이에 두고 30센티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두 개의 귀에 도달하는 시간은 10만분의 1초 정도의 차이가 있게 된다. 두 개의 눈으로 보아야 물체의 멀고 가까움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두 개의 귀에 도달하는 미세한 시간 차이를 통해 소리가 어디서 오는지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대학 시절,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것을 즐겼다.하루는 본인의 노래 소리에 스스로 감동을 받아 녹음기 버튼을 누르고 열창하며 녹음을 했다. 잔뜩 기대를 하고 녹음기를 돌려 보니 비음만 잔뜩 섞인 낯선 사람의 노래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다른 노래를 들어봐도 낯설기는 마찬가지,그때의 실망 이후 다시는 혼자 노래 부르며 녹음을 하지 않았던 아픈 기억이 있다.
녹음한 내 목소리는 왜 이상하게 들린 것일까?
우리가 평상시에 듣는 나의 목소리는 공기 전달에 의해 귀 안으로 들어온 소리와 두개골의 진동을 통해 전달된 소리가 합쳐진 것이다. 녹음을 하면 공기로 전파된 목소리만 녹음되어 사실은 그것이 다른 사람이 듣는 내 목소리인데도 나에게는 낯설게 들리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인지 의문이 생기면 지금 녹음기에 목소리를 녹음해 친구나 가족에게'이게 내 목소리 맞아요?'라고 물어보라. 그러면 그들은'왜 당연한 것을 묻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 귀가 먹먹해지면서 울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림 2>에서 보이는 것같이 고막 안쪽 이소골이 있는 중이강은'이관'을 통해 코 뒤편으로 연결되어 있다. 고도의 변화로 대기압의 변화가 일어나면 이관을 통해 공기가 이동해 중이강 속의 압력을 외부와 동일하게 유지한다. 그런데 비행기가 착륙할 때 고도가 급격히 낮아져 비행기 안의 압력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이관이 막히게 된다. 이로 인해 공기가 중이강으로 들어갈 수 없어 외부보다 중이강 속의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되고 고막이 중이강 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가는데 이때 귀가 먹먹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럴 경우 껌을 씹거나 침을 삼키면 귀가'뻥 뚫리는 느낌'과 함께 귀가 편안해지는데 이것은 삼키는 동작으로 인한 목구멍 뒤의 근육 활동으로 이관이 열려 공기가 중이강으로 들어가면서 오목해졌던 고막이 원위치 되는 것이다.
우리가 감각기관을 통해 얻는 정보 가운데 40퍼센트 정도는 듣는 것에서 얻는 것이다.
신생아 1,000명 중 1명이 그리고 인구의 약 7퍼센트가 겪는 흔한 장애가 청각 장애이다.
우리 귀가 30분간 소음에 노출된 뒤에 피로에서 회복되려면 1시간이 필요하다.
청각에 관한 이런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듣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우리가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감동을 받을 수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항상'귀'를 소중히 여기자.
다음 10월 호에는 달팽이관에서 일어나는 신묘막측한 일들과 청각 장애에 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