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은 체온이 일정한 범위에서 유지될 때만 살 수있다. 동물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세포에서는 생명유지를 위해 여러 반응이 끊임없이 일어나는데 체온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이 생명유지를 위한 세포 내 반응들이 중단되고 이로 인해 세포는 죽게 된다. 세포가 죽는다는 것은 결국 세포들이 모여 만들어진 동물이 죽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변동이 심한 주변 온도 속에서 동물들은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주변의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변온 동물'인 어류, 양서류(개구리 등), 파충류(뱀 등)는 비교적온도가 일정한 물속에서 살거나 추워지면 동면을 해서 활동을 저하시킴으로 생명현상을 유지한다. 이와 달리'항온동물'인 조류와 포유류는 주변 온도가 변해도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을 제외하고는 온몸이 깃털이나 털로 덮여 있어 추위에서 몸을 보온한다. 더우면 동물마다 나름대로의 해결방안을 찾는데 쥐는 꼬리의 혈관을, 토끼는 귀의 혈관을 확장시켜 열의 발산을 증가시킴으로 체온을 낮춘다. 추위를 막아 주는 털이 없고 토끼의 귀와 같은 효과적 열 발산 장치도 없지만 사람은 사계절을 지내며 추위와 더위 속에서도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부터 그 비밀을 하나씩 풀어 보자.
체온은 신체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인체 내에서 화학반응이나 계속적 운동으로 열을 발생하는 근육, 간, 심장의 온도는 높고, 호흡을 통해 항상 찬 공기와 접하는 폐의 온도는 비교적 낮다. 그리고 손발은 주변 온도나 신체활동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리가 보통 체온이라고 하면 '중심체온'을 말하는데 이것은 신체중심부 즉 중추신경계,흉강, 복강, 골반장기들의 온도를 말하고 이에 가장 근접한 것이 항문에서 6센티미터 정도 들어간 직장에서 측정한 '직장온도'이다. 그러나 직장온도를 측정하는 것은 신생아를 제외하고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일반적으로 구강, 겨드랑이, 고막에서 체온을 측정하는데 이곳의 체온은 직장보다 약간 낮다.
일반적으로 정상체온은 직장온도 37도, 구강온도 36.7도를 말하지만 체온은 사람마다 차이가 많이 난다. 37도가 정상인 사람도 있고 37도가 발열상태인 사람도 있다.체온은 다양한 원인에 따라 변하는데 연령에 따라 노인은 대체로 체온이 낮고, 소아는 높으며, 신생아는 좀 더 높은것이 정상이다.
인체는 어떻게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은 체내에서 진행되는 각종 화학반응으로 끊임없이 발생하는 열과 우리가 체외로 버리는 열의 양이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 몸이 추위나 더위에 노출되었을 때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추운 겨울에 얇은 옷을 입고 밖에 나가 보자.
낮은 주변 온도와 접하고 있는 피부와 찬 공기를 들이마시는 폐를 통해 인체의 열 손실이 증가해 체온은 떨어지게 되고 이에 대해 열 손실을 줄이고 열 발생을 증가시키기 위한 신체반응이 시작된다.
추위에 노출되면 피부는 핏기가 없이 푸르게 변하고, 몸을 움츠리고 벌벌 떤다.
피부를 통한 열 손실을 최소로줄이기 위해 몸을 움츠려 체표면적을 줄이고 피부에 가까운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이 신체 표면보다는 아래쪽 혈관을 통해 흐르기 때문에 피부가 핏기 없이 푸르게 변하는 것이다.우리가 추위에 떤다는 것은 우리 몸의 근육들이 1초에 10~20회씩 율동적으로 수축하는 것을 우리가 느끼는 것인데 이런 근육의 떨림은 매우 효과적인 열 생산 방법으로 불과 수 초 내지 수 분 사이에 열 생산이 5배까지 증가한다.또 추위에 노출되면 갑상선 호르몬, 노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 분비가 증가해 인체 내 대사를 항진시켜 열 생산을 증가시키고 식욕이 증가해 많이 먹게 되어 열 생산에 필요한 영양소 공급을 늘린다.
더운 여름이 되면 근육의 긴장이 감소하고 외부 자극에 대한 근육의 반응이 느려져 열 생산을 감소시키는데 이로 인해 더운 날에는 행동이 느려지고 나태해지는 것이다. 대사 촉진 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하고 식욕도 떨어진다. 체열 손실을 증가시키기 위해 피부 혈관이 확장되어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르고 땀을 많이 흘려 땀 속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빼앗아 가는 기화열로 체온을 낮춘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체온 조절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할까?
우리 몸의 온도를 감지하는 온도 감각기가 피부와 뇌의 '시상하부'라는 부위에 있다. 피부의 온도 감각기는 외부 공기와 닿아 있는 피부의 온도를 감지하여 감각신경을 통해 체온조절 중추 역할을 하는'시상하부'에 전달하고 뇌 시상하부의 감각기는 직접 시상하부에 체온 정보를 전달한다.시상하부는 피부가 전달한 정보와 직접 수집한 정보를 종합해서 자신이 정상이라고 결정해 놓은 체온의 설정 온도와 비교한 후 현재 체온이 설정 온도보다 높으면 체온을 낮추는 방향으로, 현재 체온이 설정 온도보다 낮으면 체온을 높이도록 운동신경을 통해 근육과 땀샘 그리고 피부 혈관에 명령을 전달한다. 이 명령을 받은 근육과 땀샘 그리고 피부혈관은 협동해서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된다.
몇 가지 특수한 상황에서의 체온을 <그림 3>을 보면서 살펴보자.
감기 바이러스가 침범해 감기에 걸리면 오한이 들고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체온이 올라가는데 이때 해열제를 먹으면 식은땀을 흘리면서 피부가 벌겋게 변하고 체온이 내려간다.감기 바이러스의 침범으로 동원된 대식세포에서 발열물질을 분비하는데 이것은 체온이 상승할 때 면역세포들의 활동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식세포가 분비한 발열물질은 직접 열을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체온 조절 중추인 시상하부에 작용해 시상하부에 인식되어 있는 체온의 설정 온도(set point)를 올린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는 현재 37도로 정상체온이지만 시상하부는 저체온이라고 판단해 체온을 올리는 방향으로 명령을 내린다. 열 생산을 늘리기 위해 근육은 떨리고(shivering) 우리는 이때'오한'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피부 혈관은 수축되어(vasoconstriction) 피부혈액순환이 감소해 손발이 차가워지고, 땀샘의 작용은 억제되어 땀이 나지 않아 피부는 마르게 된다. 이렇게 체온이 상승하여 설정 온도에 도달하면 더 이상 오한을 느끼지 않고 떨기도 멈추고 피부는 뜨거우면서 건조한 상태가 유지된다.이때 아스피린과 같은 해열제를 복용하거나 병의 경과가 회복기로 접어들면 해열의 과정이 시작된다. 아스피린과 같은 해열제는 체온 조절 중추인 시상하부가 정상이라고 인식하는 체온의 설정 온도를 정상으로 낮추는 방법으로 해열효과를 나타낸다. 정상체온의 설정 온도가 정상화되면 시상하부는 체온을 낮추도록 명령을 내린다. 땀샘의 활동이 증가해 땀을 많이 흘리고(sweating) 피부 혈관은 확장되어 (vasodilation) 손발이 따뜻해지고 체온은 정상으로 내려오게 된다.
우리가 오늘도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전자동 냉난방 시스템'을 누가 이렇게도 정교하게 만들어 우리 몸에 선물로 주신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