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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안 - paul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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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멜라토닌과 생체리듬
 우리 인체에도 시계가 있다. 다른 말로 말하면 인체는 모든 작용들이 균형을 이루며 리듬을 따라 움직인다. 부정맥이 없이 정상적으로 피를 펌프질하기 위해서 심장은 자체의 리듬을 따라 움직인다. 소화기관도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있어서 소화리듬이 정해져 있다. 신장도 피를 걸러내고 깨끗한 물을 재흡수하고 노폐물을 배설하는 작용을 리듬을 따라 수행한다. 하루 24시간의 리듬, 1주일의 리듬, 한 달의 리듬, 그리고 365일 1년의 리듬이 있다. 피로와 불면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고질적인 현안문제이다. 이렇게 휴식과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멜라토닌의 작용은 최상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요소가 된다. 인체의 시계를 위한 필수요소는 낮 시간 동안 햇볕을 받아 세로토닌으로 비축되었다가 밤에 잠을 자는 동안 암흑 속에서 만들어지는 멜라토닌의 영향이다.
 
 우리 몸 안에 있는 시계-생체시계
 우리 몸에 시계가 있다! 아니 팔목에 차고 있는 시계가 아니라 우리 몸 안에 시계가 있다고 하니 신기한 사실이다. 벌써 4세기 경 안드로스테네스가 식물이 꽃을 피우는 시기에 관한 개화 주기성을 최초로 기록하였고 1950년 크라머와 호프만이 철새의 주기적 이동을 관찰하면서 생체시계를 발견하였지만 인간에게 생체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실행했던 실험결과로부터 얻은 정보를 통해서이다. 사람을 지하창고에 살게 하고 그들의 행동을 조사한 결과 그들이 밤낮을 몰랐는데도 거의 25시간 간격으로 잠을 자고 깨어났다. 낮과 밤의 일주기와 관계없이 우리 몸에서는 생체시계가 자발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무는 봄에 새 순이 돋고 가을에 낙엽을 흩날린다. 또 동면하는 동물들은 정확하게 봄이 되면 깨어난다. 우리는 먼동이 트는 아침이 되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자연히 눈이 떠지며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해가 서산에 지는 밤이 되면 자연히 눈을 비비며 잠자리에 든다. 이처럼 생명체에는 자연의 주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는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생체시계이다. 인체의 생체 시계 중 가장 일반적이고 명확한 것이 일주기(日周期) 시계이다. 소위 하루 24시간주기(circadian rhythm)로 우리의 육체는 똑같은 현상을 반복하게 되는데, 호르몬 분비, 체온, 수면, 감성, 인지 기능 등이 일주기 리듬을 따라 작용한다. 또한 여자의 경우 달마다 나타나는 생리현상도 생체시계가 담당한다. 또한 태아가 태어나는 과정도 난자라는 정지된 상황에서 정자와 수정되는 순간부터 하나의 완전한 세포를 이루면서 생체시계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생명이 태동하고 성장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용이 생체시계이다.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모태에서 달이 차면 태어나고 성장하며 성장 후 노화하는 일련의 과정도 생체리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성의 월경이 한 달에 주기로 온다든지 자식을 낳을 산월이면 온몸에 어떤 이상이 오게 되는 것 등도 우리 인체가 자연에 조화를 이루는 생체리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3개월이 되기 전의 신생아는 밤에 잠을 못 이루고 잘 깨는 반면 3개월이 지나 100일이 된 후부터는 밤에 잠도 점점 오래 이루기 시작하고 대신 낮에 주의가 깊어지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것은 신생아가 생후 100일이 지나 멜라토닌이 다량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밤낮의 수면리듬을 겨우 찾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 살이 되기까지 아기들의 멜라토닌 생산량은 증가하며 사춘기 직전까지 그 수준을 유지하다가 그 이후에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우리의 풍습에서 아이의 백일잔치나 돌잔치를 하는 것이 생체리듬의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사람의 몸 안에 있는 이런 생체 시계에 대한 실례들이 많다. 봄에 느끼는 춘곤증과 여행할 때 겪는 시차적응은 생체시계를 이해하는데 좋은 실례가 된다. 춘곤증이란 어떤 것인가? 창 밖에는 봄을 알리는 꽃들이 활짝 기지개를 펴고 있는데, 이상하게 몸의 컨디션은 영 말이 아니다. 밤새 잠을 푹 잤는데도 졸음이 쏟아지는가 하면, 식욕도 없고 온몸이 나른하기만 하다. 봄만 되면 찾아오는 이런 느낌은 급격한 계절의 변화로 생체 리듬이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밤이 짧아지면서 일조량이 변하고 기온이 올라가 사람 피부의 온도도 상승하게 된다. 이런 변화가 몸 안에 있는 생체리듬을 교란시켜 춘곤증이라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외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자동적으로 생체리듬이 재조정되는 인체 내 장치를 생체시계라고 한다. 흔히 동서로 시간 분기점을 넘나드는 해외여행을 할 때 겪는 시차 문제도 바로 일주기 생체시계의 관성 때문이다. 여행지의 낮과 밤에 상관없이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출발지의 사이클을 그대로 가져가려 하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말하면 생체리듬에 대한 인체의 항상성(homeostasis) 기전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차 시차에 적응하게 된다. 그것은 생체시계가 차츰 그곳의 밤낮 사이클에 시간 맞추기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점차 춘곤증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한 시간에 자명종이 울리는 것처럼 많은 경우에 우리가 깨닫기 전에 몸이 먼저 알고 우리를 깨우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생체시계는 시간을 다시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일주기와 같은 생체리듬의 조정은 햇빛에 의해 이루어진다.
 
 생체시계의 3대 신비
 최근에는 생체시계가 유전자에 의해 작동되고 뇌는 물론 각종 장기에도 생체시계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밝혀진 생체시계의 3대 신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생체시계는 유전자에 의해 물시계처럼 작동한다.
 인체의 가장 중요한 시계인 중추시계는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시신경 교차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에 있다. 이 부분은 뇌에서 2개의 시신경이 만나는 곳으로 이곳에 2만개의 시계세포가 있다. 여기서 1998년 시계(clock) 유전자를 비롯해 지금까지 8개의 중추시계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를 망가뜨리면 쥐는 밤낮을 구분하지 못한다. 중추시계는 마치 물시계처럼 작동한다. 다만 물 대신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을 사용한다. 세포 안에 단백질이 꽉 차면 2개의 서로 다른 단백질이 결합하면서 시계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하여 단백질의 양이 다시 줄어든다. 이 과정이 정확히 하루를 주기로 일어난다.
 2. 시계는 뇌뿐 아니라 여러 장기와 세포에도 있다
 생체시계 전문가들은 말하기를 “최근 밝혀진 매우 중요한 사실은 뇌에 중추시계가 있지만 심장, 신장, 간, 피부 같은 인체 각 장기의 세포에도 말초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두운 곳에서 다리의 피부에 강하게 빛을 쪼이면 사람의 생체리듬이 바뀐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피부에도 작은 시계가 있는 셈이다. 중추시계와 말초시계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장기의 활동을 오케스트라처럼 시간대별로 조율한다. 이를 통해 심장은 밤에는 쉬고 음식을 먹으면 소화기관이 순차적으로 활동을 하는 것이다. 간에는 335개나 되는 말초시계가 있다. 미국 노스웨스트 대 연구팀은 최근에 생쥐의 간을 유전자 칩으로 분석한 결과 335개나 되는 유전자가 서로 주기를 달리하면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어떤 유전자는 밤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반면 어떤 유전자는 낮에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3. 생체시계는 매일 시간을 재설정한다.
 2001년 하버드대 찰스 차이슬러 교수는 사람의 생체주기를 좀더 정확히 측정했다. 그 결과 하루 생체주기는 25시간이 아닌 24시간 11분이라고 확인하였다. 이 주기에 따라 밤에는 체온이 떨어지고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증가하고 오후에는 스트레스호르몬이 줄어들었다. 손목시계는 시간이 부정확해지면 사람이 시간을 맞춘다. 하지만 생체시계는 스스로 시간 오차를 줄여 정확히 24시간 주기로 움직인다. 빛이 눈의 망막을 자극하면 이 정보를 해석해 중추시계가 시간을 재설정하게 된다. 해외여행 때 시차에 적응하는 것도 생체시계가 시간 재설정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신비스러운 모든 기능 배후에 햇볕의 영향이 있다.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유전자
 사람을 포함하여 포유동물의 경우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일주기 생체리듬과 관련된 3가지 중요한 기관은 눈의 망막, 송과선, 그리고 시상하부의 교차상핵(SCN)이다. 생체시계는 빛을 통해 생명현상에 영향을 끼친다. 눈이 햇빛이라는 정보를 읽으면 송과선을 통과하면서 뇌에서 이를 받아들여 생체시계를 관장하는 곳으로 보낸다. 그곳이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시신경 교차상핵이다. SCN은 망막에서 일주기 정보를 얻어내고, 뇌 중앙에 있는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수면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이용해 24시간 주기에 따른 생체시계를 조절한다. 만일 송과선에서 적정량의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으면 잠이 들지 않게 된다. 멜라토닌 수치는 특정한 색깔의 빛에 의해 조절된다. 빛의 색깔에 따라서 24시간 주기가 재편성되는 셈이다.
 SCN은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들이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시계를 작동시킨다. 이렇게 SCN에서 작동하는 생체 시계의 정보가 우리 몸에 전달되어 우리 몸도 거기에 맞추어 모든 생리작용들이 율동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그 비밀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이 PLCβ-4란 유전자이다. 최근에 KIST의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밝혀진 실험 결과에 의하면 PLCβ-4 유전자를 없앤 쥐는 밤낮의 구분을 하지 못했다. 쥐는 야행성 동물이므로 정상적인 쥐는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캄캄한 실험 조건에서도 밤에 높은 행동성을 보이고 낮에는 잠잠했다. 이는 쥐의 생체시계가 밤과 낮의 구분이 없어진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PLCβ-4를 없앤 쥐의 무리는 밤이건 낮이건 비슷한 행동성을 나타냈다. 조사 결과 PLCβ-4를 없앤 쥐에게서도 낮과 밤의 주기에 따라 정상적인 쥐처럼 SCN의 시스템은 그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곧 시계는 있는데 몸이 시계의 정보를 읽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었으며, 결과적으로 PLCβ-4란 시계의 정보를 몸의 다른 부분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임을 알게 된 것이다.
  
 아침형과 저녁형은 다양성의 차이
 이처럼 생체 시계는 한번 저장되면 전달 체계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한 정확하게 작동한다. 그러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처럼 사람마다 생체 리듬이 다른 것은 무엇 때문인가? 아직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규명된 사실은 없지만 저녁형 인간이라고 해서 완전히 야행성은 아니다. 즉 아침형과 저녁형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인 낮과 밤의 주기 안에 있는 다양성의 차이일 뿐이다. 똑같은 환경에서 성장해도 사람마다 키가 다른 것과 같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침형과 저녁형은 타고난 유전적 차이와 자라온 성장 환경이 종합되어 나타나는 정신적인 기질에서 오는 차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과거 우리 조상들은 대부분 아침형 삶을 유지하였다. 그들의 생체리듬은 자연의 법칙, 즉 자연의 리듬에 그대로 순응하여 살았기 때문이다. 해가 서산에 지고 어두워진 야간에는 활동을 할 수 없었으므로 자연히 잠자리에 들게 되었고 충분한 수면으로 휴식을 취하면서 내일을 위한 에너지를 재충전하였다. 아침이 되면 일어나 생계를 위해 신체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으므로 손쉽게 일정한 생체리듬과 동시에 높은 체력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우리가 유전적인 성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 생활양식이나 습관의 영향도 크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최상의 건강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세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의 의미도 어릴 때부터 우리의 생활이 어떻게 꼴 지어지는 것이 좋은 것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다.

 생체시계와 멜라토닌
 이처럼 우리가 낮과 밤의 주기에 따라 대자연의 질서 속에 순응하며 살아온 것은 뇌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송과선이라는 옥수수 알갱이만한 조그만 기관이 햇볕의 영향을 받아 멜라토닌이라고 하는 호르몬을 만들어내서 우리 몸에 생체리듬을 형성시키기 때문이다. 송과선에서 생성되는 멜라토닌이라고 하는 호르몬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침입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없애준다.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고 시차에서 오는 증상들을 완화시켜주고 심장병의 위험을 줄여주며 생체리듬을 조정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수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이 송과선에서 멜라토닌의 분비로 우리 인체가 일주기성을 갖게 되면 햇빛을 완전히 차단한 캄캄한 굴속에 들어가 있더라도 일정한 시간 동안에는 밤이 되면 수면을 취하고 낮에는 깨어 있는 상태가 계속된다. 또한 식사 때가 되면 갑자기 시장기를 느끼게 되어 식사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시간을 알려주지 않아도 우리 몸에 생체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시계가 없던 우리 조상들이 비가 오고 흐린 날 해가 나지 않아도 정확하게 끼니를 찾아 먹을 수 있었던 것도 배꼽시계라고 말하는 생체리듬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생체리듬과 건강
 인체는 하루 24시간 주기에 따라 세포활동이 규칙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일정하게 반복되고 있는 것을 생체시계(bioclock) 또는 생체리듬라고 하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하루를 주기로 하는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다. 우리 몸의 생체리듬은 밤과 낮을 구분하는 일주기뿐만 아니라 신체리듬, 감성리듬, 지성리듬으로 구분되는 리듬이 있으며 이들이 각각의 리듬은 주기를 달리 하고 있다. 신체리듬의 한 주기는 23일이고, 감성리듬은 28일, 지성리듬은 33일을 한 사이클로 반복되고 있다. 이들 리듬의 주기는 고조기와 저조기가 있으며 고조기인 활동기는 좋은 컨디션을 갖게 되며 저조기는 휴양기로 고조기를 위한 준비기이다. 생체리듬이 고조기에 달하게 되면 바로 우리 몸이 최상의 컨디션을 나타낸다. 이때에 바로 일의 능률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또한 고조기에서 저조기로 전환하는 시점에는 리듬이 급격히 바뀌게 되어 심신이 불안하고 스트레스에 매우 약해지며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인간의 생체리듬은 대략 90분 주기로 높낮이가 형성된다. 신체의 활동곡선도가 상승할 때는 활동하는 호르몬 분비나 근육 긴장이나 호흡 그리고 맥박이 상승하나 90분이 지나면서는 하향곡선으로 바뀌는데 이때는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춤을 추는 사람이 리듬을 따라 춤을 출 때 흥이 나고 재미가 있는 것처럼 사람도 활동과 휴식의 주기를 거스르지 않을 때에 건강생활이 유지되는 것이다. 우리의 신체를 구성하는 주요 기관들도 활동과 휴식의 주기를 따라서 지속적이고 능률적인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인체의 수많은 리듬 중에 몇 가지 실례를 들면 두뇌리듬, 심장리듬, 소화리듬, 호르몬리듬 등을 들 수 있다.

 
두뇌리듬은 전기리듬으로 조절된다. 이해력과 분별력이 하루를 통하여 순간순간 매초와 시간마다 조절된다. 그래서 일의 처리능력이 시간에 따라 차이가 난다. 복잡한 일은 늦은 저녁보다 이른 아침이 분별이 더 잘되고 사물의 통찰력 역시 이른 아침이 더 뛰어난다. 이는 밤사이에 수면과 휴식을 취한 다음 아침 시간에 두뇌의 특수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숙면을 취하고 난 다음 뇌신경 세포는 미리 준비된 신경호르몬으로 가득 차게 된다. 새벽에 사람의 마음은 하루의 동작을 위한 준비가 된다는 말이다. 신경세포는 마치 충전용 배터리처럼 규칙적으로 밤잠을 자고나야 힘을 얻고 새로운 활동을 할 준비를 하게 된다. 올바른 때에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 정신력은 규칙적이면서도 일찍 잠자리에 드는 충분한 수면의 결과이다. 인체의 모든 기관들이 시시각각으로 두뇌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두뇌 리듬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중요성을 보여준다.

 심장리듬은 일정한 속도와 강도로 규칙적으로 작용하지만 하루 중에 늦은 저녁이나 이른 아침에 심장 박동률의 절정을 이룬다. 심장은 사람이 생존하고 있는 동안 쉬는 시간이 없이 계속 작동하는 것 같지만 심장도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있다. 심장은 맥박과 맥박 사이에 쉬는데 한 번의 맥박을 1초로 생각한다면 수축기에 해당하는 10분의 1-3초 동안 일하고 확장기에 해당하는 나머지인 10분의 7-9초 동안 쉬게 된다. 따라서 신체 기능이 정상적이고 심장 상태가 정상적인 경우 1분간의 맥박수가 작으면 작을수록 심장의 쉬는 시간이 많아지고 심장이 더 오랫동안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소화리듬도 일정하게 움직인다. 정상적인 위는 매 3분마다 전기적 신호를 받아 수축을 한다. 소장에서는 규칙적으로 연동운동이 계속된다. 명치부분에서부터 아래로 복부 전체를 청진기로 소리를 들어보면 오케스트라를 연상케 하는 소화 기관의 합창소리를 듣게 된다. 입과 위와 소장에서 소화 작용을 위해 분비되는 소화 효소들이 한 번 음식을 소화시키는데 약 3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며, 식사와 식사 사이의 간격이 5시간 정도 유지되어야 정상적인 소화 작용이 지속될 수 있다.

 호르몬리듬도 최상의 건강을 위하여 언제나 정상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장호르몬은 인체의 성장과 특성과 능률을 향상시키는데 매우 중요하다. 성장호르몬은 근 골격을 비롯하여 인체의 모든 기관을 정상적으로 자라게 하며 각 기관의 특징과 능률을 유지하게 한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면 두뇌의 크기가 증가하고 혈류에서 아미노산이 뇌로 잘 공급되어 신경세포의 새로운 시냅시스(synapses) 형성을 활발하게 하기 때문에 기억력이 향상하고 습득한 지식의 활용이 잘 된다. 또한 성장호르몬은 성인의 경우 인체조직의 보수를 도우면서 손상된 인체조직을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런 보수와 회복의 작용은 밤에 수면을 취하는 동안 더 잘 된다.
 또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콜티솔(cortisol) 호르몬도 해가 지면서 분비가 증가하기 시작하여 밤 12부터 2시 사이에 절정을 이루다가 해가 뜨기 시작하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다. 콜티솔은 스트레스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피로를 감소시키고 알레르기나 천식을 막아주고 기타 잔병치레를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저녁에 숙면을 취하고 이른 아침에 적당한 운동을 하게 되면 콜티솔의 합성이 증가하여 하루 종일 생체기능을 활발하게 작용하게 한다. 그러나 잠을 늦게 자거나 한 밤중에 잠을 설치면 어제의 피로가 누적되고 원기가 탈진한 상태로 하루를 출발하게 된다.
성장호르몬과 같이 멜라토닌도 밤 기간 동안에 잘 분비된다. 낮 시간에 햇볕을 통하여 생성된 세로토닌이 밤에 어둠 속에서 멜라토닌으로 전환된다. 밤 시간 동안 불빛이 50럭스 이상이 되면 멜라토닌 생성에 장애가 나타난다. 멜라토닌은 생체기계를 조정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면서 노화를 막아주고 암세포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신체의 모든 세포들도 이러한 활동과 휴식의 주기를 갖고 있으므로 충분한 휴식을 통해 신체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생체시계의 응용
 인간의 생체시계는 수면 패턴, 체온 조절, 혈압 변화의 직접적인 조절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 호르몬 분비량 조절에 관련된 내분비계와 면역계, 순환기계, 배설계 등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로 생체시계가 고장 나거나 혼란이 오면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인간의 경우 수명, 계절성 우울증, 암, 간 질환, 불면증, 치매 등의 노년질환 등 많은 의료와 건강관련 현상이 생체시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또한 생체시계의 혼란은 항공사고, 교통사고, 작업능률 저하 등의 요인이 될 수 있음이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2년 덴마크 코펜하겐 암 연구소는 1964년 이후 현재까지의 7,0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추적조사연구 결과 야근을 하는 여성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50%나 증가하며 야간근무를 시작한 후 6개월부터 유방암이 발생하는 비율이 많아지고 야근 경력이 길면 길수록 발병률도 높았다. 그 원인은 야근을 하면 수면과 각성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고 대신에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증가하면서 유방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다른 수많은 연구에서도 야근이 수면장애, 신경장애, 위궤양, 고혈압, 심근경색 등을 일으키고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증거들이 확인되었고 의외의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남성들에게도 유방암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대장암도 야근과 관련이 있는데 최근 하버드 대학의 연구팀이 간호사 7만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 조사한 결과 한 달에 3차례 이상 15년 동안 야근을 하는 경우 대장암 발생률이 35%나 증가한다고 하였다.
 사람은 SCN 이외에도 거의 모든 장기와 조직세포에 고유한 생체 시계를 갖고 있다. 또한 일주기 외에도 1주일 주기, 월주기, 1년 주기, 세포분열주기 등 주기도 다양하다. 세 포 분열은 핵 안에 있는 염색체가 DNA 합성을 해서 두 개체로 나누어지는 과정을 밟는다. 각각의 장기와 조직세포들은 성장이 멈추면 세포 분열도 멈추게 된다. 그러나 억제 작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계속 세포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 암세포이다. 즉, 생체시계라는 관점에서 볼 때 암도 결국 세포의 주기 조절이 깨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처럼 생체 시계는 복잡 미묘하게 얽혀 있어 현대 과학으로도 아직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는 과정도 긴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생체시계이다. 따라서 노화에 이르는 생체 시계를 천천히 가게 하면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즐거운 과학적 상상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인간의 수명에 관련된 생체시계 자체의 속도를 늦추거나 노화에 따른 생체시계 시스템의 고장을 늦춤으로써 노화를 지연할 수 있는 신 물질이 출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을 통한 수명 연장이나 영생 가능성을 말하는 환상적인 기대보다는 생체 시계의 균형과 정상적인 작용으로 사람이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살면서 제 수명을 주리는 것이 장수요 노화방지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식물의 경우에는 식물의 생산성 및 수확 시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개화기, 광합성, 기공 개폐 등이 생체시계의 조절을 받는다. 특히 식물의 개화 시기는 생체시계와 직접 연계되어 있어 생체시계의 고장이 곧바로 개화 시기의 이상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생체시계를 조정하면, 인위적인 개화 시기의 조절도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지구상의 모든 식물과 동물은 하루의 활동을 유지하는데 매우 정확한 내부적인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왜 잠을 자는가?
 쉬운 질문인 것 같으나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선 수면은 하루생활의 일부이며 특히 약탈자에게 공격받기 쉬운 밤 시간에 여러 가지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라고도 한다. 또한 밤의 수면은 낮의 활동과 조화를 이루어 신경계와 운동기능의 균형을 가져다주며 중추신경의 발달을 돕는다. 그리고 수면은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는 새로 얻은 정보를 정리하여 필요한 것은 저장시키고 쓸데없는 것은 삭제하는 일을 한다. 또 다른 설명은 수면이란 “안전밸브”(safety valve)역할로 낮에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채워주는 기능이라고 한다.
 그리고 수면은 인체의 항상성 작용과 관련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수면은 에너지 균형을 위해 꼭 필요 되는 현상으로 인체의 활동이 정지된 상태에서 낮에 소진된 에너지를 보충하여 다음 날의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즉 낮 시간 동안 수많은 활동으로 인하여 피로가 쌓이고 수면을 유도하는 물질이 증가하고 밤이 깊어가면서 피로회복과 수면유도체가 최고치에 달하게 되어 잠을 잔다는 것이다. 이런 작용이 다 생체시계의 작용과 불가분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 몸에는 낮과 밤을 알려주는 시계가 있는데 이런 작용의 중심역할을 하는 호르몬이 멜라토닌이다. 생체시계는 햇볕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밤이 되면 이 시계가 잠을 자도록 유도하고 아침이 되면 잠에서 깨도록 자극한다. 이렇게 수면과 각성은 매우 주기적으로 일어나며 가장 기본적인 24시간 주기로부터 1주일, 30일, 365일의 주기로 연결된다.
 성인의 수면은 REM(빠른 눈의 운동) 수면과 NREM(눈 운동 정지) 수면의 두 단계가 있다. 사람이 잠이 들기 시작하면서 30-45분 정도 눈동자가 여러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그 다음 60-70분 동안 눈의 움직임이 멈추게 된다. 하루 7-8시간의 수면시간 동안 이 두 단계의 수면순환이 4-5회 반복되며 전체 수면 중에서 REM 수면은 20-25%, NREM 수면은 75%를 차지한다. REM 수면은 동시성 수면이라고도 하는데 깊은 수면의 준비 및 회복을 의미하며 근육이 이완되고 눈을 제외한 모든 근육은 미세한 활동을 보여준다. 자면서 꿈을 꾸고 꿈은 보다 선명하게 보이고 꿈의 내용도 비교적 잘 기억한다. NREM 수면은 비동시성 수면이라고 하며 이 단계에서도 꿈을 꿀 수는 있으나 잘 기억하지 못하며 몽유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잠을 유도하기 위하여 수면제를 먹게 되면 REM 단계가 생략되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
 조종사들의 뇌파검사 결과 과로나 수면부족은 두뇌의 명민한 판단력을 저해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조종사는 이륙 당시 대뇌피질 활동이 증가하고 비행기가 이륙한 뒤에 마음을 놓는다. 비행 중 문제가 발생하자 정신활동이 급증하며 문제 해결이 결정되자 정신활동을 다시 멈추게 된다. 뇌파곡선은 천천히 하강하고 문제 해결을 확신하게 된다. 그러다가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위기를 직면하자 정신활동이 즉각적으로 치솟아 오르면서 문제 해결을 하고 또 다시 천천히 하강한다. 그러나 피로가 누적된 조종사는 비교적 간단한 결정은 잘 처리하지만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할 경우에는 두뇌 활동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여 위기를 잘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피로와 과로가 대형 항공기 사고의 주원인이 된다고 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고장 난 수면시계는 빛으로 고친다
 1879년 발명왕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한 이래로 인류의 수면시간은 평균 1시간 이상 줄었다. 에디슨은 인류에게 빛의 문명을 가져다 준 위대한 과학자이지만 생체시계의 고장을 일이키는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농경사회가 산업사회가 되는 데는 수십 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산업사회가 정보화 사회로 바뀌면서 다시 탈정보화시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에 너무나 숨 가쁜 초고속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정신이 휘둘리는 지경이다. 현대 문명의 비약적인 발달은 세계를 한 이웃으로 만들고 밤과 낮의 구별을 없애면서 여러 가지 변화 속에서 인체의 생체시계에 고장을 일으키는 요인들을 양산하게 되었다. 인체의 생체시계가 고장이 나면 생체리듬에 혼란이 오게 되고 피로와 불면증을 비롯하여 신경과민, 심혈관계 질병, 암과 당뇨와 관절염과 같은 퇴행성 질병, 그리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신종질병들이 꼬리를 물고 발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빠른 교통수단만큼 사고의 규모와 피해상황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증대되었다. 밤에 3시간만 자는 것은 운전자에게 법정 알코올 기준치의 술을 마시게 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문제의 핵심은 고장 난 생체시계에 있다. 수면조절 실패가 건강파괴로 이어지게 된다. 직업과 환경보호에 관한 국제 학술지 최근호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야간 교대 근무자는 주간 근무자에 비해 자율신경계의 심장조절 기능이 감소된다고 한다. 야간 근무로 인하여 쌓이게 되는 스트레스가 심장박동을 빠르게 만들어 심장마비와 같은 심장병 발병 위험이 증대된다는 것이다. 고장 난 생체시계를 다시 정상으로 돌리는 최선의 방법은 햇볕을 이용하는 천연치료이다. 왜냐하면 생체리듬에 가장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햇볕이기 때문이다. 햇볕이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호르몬 생성에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하루 동안 햇볕을 쬐이는 시간이 5분도 안된다고 한다. 문명의 혜택과 함께 유리정글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여기에 햇볕이 노화와 암의 원인이라고 하는 편견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우리는 좀 더 냉정하게 진위를 가릴 필요가 있으며 우리 삶의 우선순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상의 건강을 얻고 유지하는 기본적인 건강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현안문제이다. 여덟 가지 천연치료의 조건들이 잘 갖추어진 곳에 우리 자신을 두면 그 순간부터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자연으로 돌아가면 건강이 보인다. 햇볕은 생명이요 치료의 광선이다.
작성자 : paul kim        2011-12-0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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