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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흠 - mooh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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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린 야경생(夜警生) 이야기 - 바보임종갑 목사
 사람 살린 야경생(夜警生) 이야기 - 바보임종갑 목사  

사람 살린 야경생(夜警生) 이야기
바보임종갑

삼육동 교정은 나에게 언제나 고향같이 푸근하고 어머니의 품같이 아늑한 곳이다. 1979년 겨울, 대학 입시 차 첫 발을 디딘 후로 많은 추억과 정감의 필름(片鱗)들이 쌓여있는 역사와 사색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계기들이 이루어진 곳, 나의 기념일들이 탄생된 곳도 이 동산이다. 오늘 모처럼 가족들의 손을 잡고 함께 거닐면서 처처(處處)에서 묻어나오는 진한 향수에 취해보고 싶다. 삼육동에 들어와 갈등과 방황으로 괴로웠을 때 생각지도 않은 성경공부에 사로잡혀 새로운 인생의 길을 발견하고 침례를 받은 곳이 ‘제명호’였고,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미래를 설계하고 결혼예배를 드린 곳도, 목사 안수를 받은 곳도 바로 이 동산이고 보면 삼육동과 나의 인연은 각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군대를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85년도에 경영학과 2학년에 복학했다. 2학기부터는 근로 장학생으로 교내 야경근무를 하게 되었고 학교 측의 배려로 3학년 때부터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 만4년 동안 야경대장으로 일하게 된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고 축복이었다. ‘주독야경(晝讀夜警)’으로 동료 야경학생들과 동고동락하며 교정을 지키던 일은 늘 부담감이 있었지만 삼육동산을 지킨다는 자긍심도 컸다고 생각된다. 또한 야경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고 다양한 경험과 실제적인 상황처리 수행능력을 체득하게 되어 졸업 후의 삶을 준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삼육동의 야경시절은 내 인생의 젊은 날에 황금보다 더 가치 있고 아름다운 시절이었고 그때 겪은 수많은 체험들은 참으로 귀하고 값진 추억거리들이다. 지금도 이따금씩 치르던 한밤의 불청객들과의 결투가 짜릿하게 되살아 날 때가 있다.

어느 그믐밤에는 간(肝)이 유난히도 큰 침입자가 매점셔터를 자른 후 현관 강화유리를 대형 해머로 부수고 안쪽문의 잠금장치를 정교한 기계로 막 도려내어 바닥에 떨어뜨리는 순간 우리 순찰조가 덮치며 용감 무식(?) 하게 격투를 벌인 적도 있었다. 그때 절단된 장금장치는 지금도 내가 기념물로 보관하고 있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감회는 당시 영자신문인 삼육헤럴드 (Sahmyook Herald) 1986년 4월 3일자 ‘캠퍼스 휠’ (Campus Wheel) 란(欄)에 ‘Watchman, What of the night?’ 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인데 그중 일부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Here is a very interesting experience one watchman had. Last semester, a boy on his way down from O-yat-bong (Prayer Garden) was bitten by a snake and was in danger. Fortunately, just at that moment, one of the night guards found him and after giving emergency first aid carried the boy to a nearby hospital, thereby saving the boy’s life.”

이 일은 한 야경생이 겪은 실제적인 경험이다. 한 소년이 기도의 동산 오얏봉에서 내려오다 뱀에 물려 위험에 빠졌는데 다행히도 그 시간에 순찰 중이던 야경생이 그를 발견하여 응급조치를 취한 후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 마침내 그 소년의 목숨을 구했다는 내용이다. 그날도 그믐밤이었는데 중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심야 기도회 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개인기도 시간을 이용하여 중학교 1학년인 신실한 남학생이 홀로 오얏봉에 올라가 기도를 마치고 일어서는 순간, 뱀이 슬리퍼를 신은 발뒤꿈치를 물었고 소년이 놀라 기절하게 된 것이었다.

삼육동 구석구석을 잘 아는 우리 야경생들에게도 독사의 출현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건이었다. 업무상(?) 청음감각이 몸에 밴 노련한 야경생이 신음소리를 듣고 달려가 민첩하고도 침착하게 자기 혁대를 풀어 상처부위를 묶고 입으로 독을 빨아낸 뒤 신속한 조치를 해서 하마터면 잃을 뻔했던 귀중한 생명을 구한 것이었다. 그 야경생이 당시 영문학과 3학년 죠영욱 형(현 호남삼육고등학교 교무부장)인데 그는 언제나 자기 일에 근실하고 남달리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때 일이 생각날 때마다 죠형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든다. 그 일이 있은 지 며칠 후 그 학생의 부모님이 야경실을 찾아와서 두툼한 현금 봉투를 내밀며 우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을 때 우리들은 서로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되도록 하자는 뜻에서 정중히 사양했다. 성이 장 씨라는 것 외에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그 소년이 30여년이 흐른 지금 훌륭한 일꾼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 야경생들의 근무방식이 건물과 시설 관점에서 사람과 구호 중심으로 바뀌게 되었고 그것이 어떤 외적 재산에 대한 불침번보다도 더 중요하고 궁극적인 임무임을 깨닫게 되었다. 자체 월례회 때마다 삼육동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자고 다짐하곤 했었다. ‘교회증언’ 9권 19쪽에는 우리의 정체성과 연계된 분명한 소명(召命)과 사명(使命)이 제시되어 있다.

“특별한 의미에서 제칠일 안식일 예수재림교인들은 파수꾼이요 빛의 전달자로 세상에 세워졌다. 그들에게는 멸망해가는 세상에 전할 마지막 경고가 위탁되었다. 그들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에서 놀라운 빛이 비치고 있다. 가장 엄숙하고 중대한 사업, 첫째와 둘째와 셋째 천사의 기별을 선포하는 사업이 그들에게 주어졌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업은 없다. 다른 어떤 것도 그들의 주의를 빼앗도록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삼육대학교가 세워진 목적과 사명, 그리고 우리 재림교회가 존재하는 이유와 목적이 바로 이 때문이리라. 그믐밤의 칠흑 같은 캄캄함과 불안함과 절망가운데서 우리가 ‘빛과 생명’의 파수꾼으로 세움을 입었다는 것은 크나큰 은혜요 특권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살고 남도 살리는 이 직임은 바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교육, 세상을 변화시키는 대학’인 우리 모교의 불변의 모토(motto)일 뿐 아니라 우리 동문 모두가 이 시대와 이 세상을 위한 진정한 ‘생명 불침번’들로 서 있다고 자부하고 싶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불뱀에 물려 죽어갈 때 장대에 달린 구리 뱀을 쳐다봄으로써 살아난 것 (민 21:9)처럼 사람의 원수인 ‘뱀(사단)’에게 속고 물린 자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쳐다봄으로 살 수 있다’는 희망의 처방을 ‘굿 뉴스(Good News)’로 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영혼을 구원하는 복음, 사람을 살리는 교회(The Gospel that saves soul, The Church that heals man)’가 또한 우리의 모토이기도하다. 더욱이 감사한 것은 우리에게 이 일을 맡기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홀로 두지 아니하시고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고 우리가 서있는 고통의 밤에 우리가 해야 할 경계근무를 대신하여 파수꾼이 되신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분은 내 인생에도 파수꾼이 되어 주시고 든든한 보호자로 서계신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여호와께서 너로 실족지 않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자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자는 졸지도 아니하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여호와는 너를 지키시는 자라 여호와께서 네 우편에서 네 그늘이 되시나니 낮의 해가 너를 상치 아니하며 밤의 달도 너를 해치 아니하리로다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케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 여호와께서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 시121:1~8 ).”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경성함이 허사로다(시 127:1).”

이제 나 스스로 이 질문에 대한 분명하고 성실한 답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다.
“파수꾼이여 밤이 어떻게 되었느뇨? 파수꾼이여 밤이 어떻게 되었느뇨?(Watchman, what of the night? Watchman, what of the night?”(사21:11)

사진-당시 야경생(죠영욱형-가운데 줄 왼쪽 첫 번째)
작성자 : 정무흠        2016-11-2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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