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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의 화해 금연과 건강 | 2009년 3월호 24쪽
 2009년 1월 초, 체감온도 영하 18도를 넘나드는 가장 춥다는 날씨에도 어김없이 새벽바람 속을 힘찬 구령을 외치며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연초 작심삼일이라도 좋다며 병원에서 금연하기로 결심한 사람들 십여 명이 바로 그들이다. '나는 금연하기로 선택했다.' 구호를 외치며 구보하는 교육생들의 함성은 병원 주변을 쩌렁쩌렁 울렸다.

 늘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참 담배 많이 피운다. 더욱이 여러 암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기관지 및 호흡기 계통의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금연하지 못하는 모습은 눈물 날 정도로 처절하다. 다행인 것은, 금연학교가 있기에 오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입교하기 위해서 문을 두드린다. 본원의 금연교육은 1960년대 미국의 호울겐 버그와 마크 훼렌드 두박사에 의해 창설, 전 세계 금연 희망자들의 보건 증진에기여해 왔으며, 오늘날 교육현장의 표본이라 할 만큼 전국 금연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왔다.

 필자가 특별히 잊지 못하는 한 참가자가 있는데, 589기수로 참가한 50대 중반의 남성이다. 금단증상으로 교육 기간 내내 얼굴에 불만이 가득해 달려들 기세의 험악한 분위기로 신경이 쓰였던 사람이다. 중학교 때부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동고동락해 온 담배를 끊고 참자니 마치 신체 일부를 자르는 것 같은 그 심정 오죽했으랴!

 필자의 마무리 강의가 끝나 갈 무렵이었다. '잃어버린 소중한 것'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여 주는데, 갑자기 어디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러워서 우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삶이 힘들고 버거워서 우는 소리는 더더욱 아닌데. 아! 그럼 오늘이 수료식 하는 날이라 아쉬워하는 것인지 내심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해 당황했다. 이유를 물어볼 수도 없고 정말 난처했다. 수료식이 마쳐질 즈음 한마디씩 소감을 말할 때에야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시간을 거슬러 40여 년 전, 그 참가자는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다 선생님에게 적발되어 호되게 꾸중을 들었다.일반적 꾸중이야 듣는 것이 몸에 배인 터, 그러려니 했다.그런데 그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로 가슴에 남아 버린 것이다. "넌 문제아야.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나중에 커서 뭐가 되려고 벌써부터 못된 것부터 배우나?"

 그는 한순간 문제아로 낙인찍혀 버렸다. 학교에서 흡연하다 적발되어 그 소문이 순식간에 퍼지자 친구들에게 얼굴 들기가 창피했다. 부모님께 알려지고 학교에서는 징계를 받고 졸업도 못한 채 중도 탈락한 아픔을 상처로 안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그 상처가 비로소 금연학교에 참가하면서 풀어진 것이다. 지난날 자신의 초라했던 모습이 후회스러웠고 멋모르고 시작한 흡연이 몰고 온 큰 상처가 너무나 안타까워 울었다는 것이다. 40여 년 만에 비로소 '문제아'의 낙인에서 풀려난 것이다. 그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자신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금연학교는 금연뿐 아니라 삶의 소중함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사랑을 실천하는 학교이다. 지면을 빌려 이 힘든 결정을 한 수많은 참가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있기를 바란다.
 하현수
삼육간호보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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