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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알코올에 더 취약한 이유 |
알코올과 건강 | 2010년 2월호 2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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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안방을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 선덕여왕 덕에 온 나라가 마치 신라의 어느 지점에 있는 듯하였다. 사실 오늘날의 관대하고 폭음을 즐기는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는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당나라에서도 신라의 음주문화가 회자되었을 정도라니 그 정도를 짐작할 만하다. 신라의 술 이야기를 하려면 포석정을 빼놓을 수 없다. 전복을 뒤집어 놓은 형상으로 돌을 깎고 다듬어 만들었다고 하여 포석정이라 하였다. 이곳에 물이 괴고 흐르도록 판 홈이 있어서 술잔을 띄워 놓고 술잔이 자기 앞에 이를 때까지 시 한 수를 지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벌주 세 잔을 마셔야 하였다. 포석정은 여성의 상징을 조형화하였는데, 술잔이 굽이굽이 돌면서 떠내려오는 것을 건져 마시도록 하여 술과 여성을 연결 지었다.
불과 십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음주는 남성이 갖는 특권적 상징물로 인식되었다. 아울러 술은 남성의 문제였다. 그래서 미국의 금주운동은 여성단체로부터 시작되었다. 초기 미국 사회는 적절하게 술 소비를 통제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나중에는 어린아이에게도 음주를 허용하였다. 농업사회에서는 술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남자는 공장 등에서 근로를 하게 되었고 여자는 집안일을 하여야만 했다. 술 문제가 있는 남자는 직장에서 퇴출되었다. 게다가 여성 근로가 허용되지 않았고 법적 이혼까지 금지된 상황에서 술 문제자의 가족은 쉽게 빈곤과 폭력에 노출되었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절제운동이 전국적인 지지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연합회와 목사와 사회지도자들이 함께 이 운동에 동참하여 곧 금주가 정치적 이슈로 발전하였다. 수없이 많은 피해 여성과 가족들이 술 추방운동을 벌였다. 메인(Maine) 주는 1851년도에 최초로 금주법이 통과되었다. 이후 다른 주에서도 잇달아 금주법이 통과되어 1917년까지 모두 27개 주에서 금주법을 시행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는 여성의 알코올중독 문제가 심각한 수준을 보인 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짧은 기간과 적은 양으로도 쉽게 신체가 피해를 받으며 중독된다.대부분의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되지만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상당량의 알코올이 위 점막에서 분해된다. 위는 혈중 알코올 농도 상승을 억제하여 몸 전체를 알코올 독성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위 점막에서 알코올 산화효소에 의해 알코올이 분해되는 1차 방어기능 기전이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은 매우 취약하여 남성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이 알코올에 더 취약하다. 또한 수없이 많은 생리적 이유로 인해 빈혈, 위궤양, 췌장염, 골다공증, 간경화 등에 더욱 쉽게 노출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음주 문제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24세 여성의 59퍼센트가 현재 음주자로 분류되고 있으며, 그중 72퍼센트가 고위험 음주자로 분류되고 있다. 안방을 달구는 드라마 대부분이 음주를 미화하여 남녀의 음주 행위를 조장하고 있다. 매체가 유도하는 효과를 배양효과라고 한다. 이는 매체의 노출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한 편의 드라마가 우리를 신라의 역사 속으로 밀어 넣었던 것처럼, 안방의 주요 시청자인 여성들은 미화되는 음주 행동에 노출되어 배양되고 있다.
보건학 박사, 삼육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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