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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싸우면 화해하는데 어른들은 왜 헤어지나요? 육아 & 교육 | 2010년 11월호 32쪽


 우리가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는 대부분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을 맺는다. 과연 그들은 끝까지, 하늘이 부르는 그 순간까지 행복을 느끼며 살았을까?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운 시간들로만 채워져 있다면 왜 우리는 지금 행복하지 못한 것일까? 또 남녀가 만나 서로 사랑하면 행복으로 끝을 맺어야 동화의 결말과 같아지는 것인데 왜 헤어지는 것일까? 그것도 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으며 맺어졌음에도 말이다.
 최근 이혼율이 감소했다고는 하나 아직도 많은 부부가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거나 혹은 이혼이라는 결론을 짓고 살아간다. 그런 와중에 당사자의 마음도 많이 다치겠지만 중간에 놓인 아이들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프다. 아래 이야기는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아이의 이야기이다. 결혼과 이혼은 선택이지만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은 결코 선택할 만한 사항은 아니라 생각한다. 이혼 위기에 놓인 혹은 이혼을 경험한 모든 분이 어떻게 아픔을 극복하고 치유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 만남
 자신의 몸집보다 2배나 큰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치료실 문을 열고 아빠 뒤에 숨듯이 들어온 지연이는 여느 아이와는 달리 크게 인사를 하지도 그렇다고 들어오지 않겠다고 떼를 쓰지도 않았다. 그저 나와 조용한 눈인사만 건넸을 뿐이다. 지연이를 의자에 앉히려고 어린이집 가방을 풀어 주는 지연이 아빠의 모습에서 이제 아이를 혼자서 길러야 하는 부담감과 어색함이 묻어 나왔다. 그 부자연스러움을 지연이도 알아 차리고 스스로 하겠다는 시선을 아빠에게 보내고 있었다. 부녀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앞으로 함께 나누어야 할 이야기들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소 복잡한 마음으로 지연이와 지연이 아빠를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의 조용하지만 큰 아픔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혼은 하나의 중요한 생할 변화로 경험한 당사자뿐 아니라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부모의 이혼은 사별과는 다르게 인위적인 일이며 예측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더욱 고통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다.

 안타까움
 지연이 아빠가 상담실 밖으로 나간 후 작은 지연이의 손을 잡으며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네자 지연이는 대답대신 환하게 웃어 주었다. 그러고는 물끄러미 치료실에 놓인 사탕 바구니를 바라보았다. “지연이 사탕 먹고 싶은 모양이구나. 선생님이 이 방에 오는 친구들을 위해 둔 거야. 먹어도 괜찮아.”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지연이는 자신의 작은 손 하나 가득 사탕을 움켜쥐고 하나씩 오물대기 시작했다. 이미 다른 한 손은 주머니에 사탕을 집어넣으면서 말이다.
지연이는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고 현재는 할머니와 동생과 아빠와 살고 있다. 지연이 아빠의 말에 따르면 지연이는 부모의 이혼 후 엄마의 부재로 인해 매우 당황해하고 있으며 이혼 전부터 부모님의 잦은 다툼과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온 상황이라 심리적으로 불안한 행동들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형편상 지연이 엄마는 아이들을 양육할 수 없어 안타까워한다고 했다. 지연이 아빠 본인도 아이들의 양육을 전적으로 맡은 상황이라 다소 힘들지만 이혼의 현 상황에 적응하는 단계라고 했다. 이혼 전에는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조차 제대로 봐 주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아이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아빠의 각오가 희망적이었다.
 상담을 위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지연이는 현재의 가족(할머니, 아빠, 동생, 본인)이 아닌 엄마와 함께 살았던 때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이내 표정이 굳어지더니 “엄마랑 아빠랑 싸웠어요. 엄마 머리를 아빠가 잡아당겼어요. 그래서 엄마가 밖으로 나갔어요.”라고 하며 책상 밑의 자기 발끝만 내려다보았다. 지연이에게 엄마와 함께 살았던 시간들은, 다시 되돌리고 싶은 애틋함과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공존하는 듯했다. 한참을 말없이 있는 지연이에게 친구들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엄마와 함께 살 때는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서 논 적도 많았지만 이제는 할머니가 데려오지 말라고 해서 못한다면서 커다란 눈물을 떨어뜨렸다. 심리적으로 위축됨을 경험하고 있고 자존감 역시 많이 떨어진 상황이므로 지연이와 나는 현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담 목표를 정한 후 그날의 상담 시간을 종료하였다. 상담실 밖에 있던 지연이 아빠에게 상담 시간에 나누었던 이야기를 하자 본인도 아직 이혼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인데 지연이 마음은 오죽하겠냐며 지연이 아빠도 눈시울을 붉혔다. 비록 부모인 자신들이 아이들에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제공했으나 지금부터라도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의지를 보여 주었다.

 아이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연이가 앞으로 지금 있는 그대로를 왜곡되지 않게 받아들일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노력해야 할 것과, 지연이의 지치고 힘든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상담으로 진행할 것임을 지연이 아빠와 약속한 뒤 상담실 밖으로 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지연이의 얼굴이 처음보다 조금은 편안해 보였다. 다정히 손을 잡고 가는 부녀의 뒷모습에서 어렵지만 서로를 의지하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혼은 하나의 중요한 생활 변화로 경험한 당사자뿐 아니라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의 이혼은 사별과는 다르게 인위적인 일이며 예측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더욱 고통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다. 그 상황에서 자녀가 겪는 마음의 주요 문제들은 공포, 슬픔, 걱정, 외로움, 갈등, 분노, 죄책감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혼가정도 가정의 형태 중 하나이다. 결코 ‘결손’이 아니라는 것을 부모나 자녀가 받아들여야 하며 한쪽 부모와 따로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심리적인 안정과 기능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혼은 우리 인생의 종지부를 찍는 신호가 아니다. 이혼 후에도 여전히 삶은 남아 있고 어떻게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이전보다 더 건강하고 당당한 삶을 살 수 있다. 이혼은 끝이 아니다.
 정주영
아동/청소년심리코칭센터 U 대표, 미술치료사, 가족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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