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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규칙에 아이를 맞추려는 엄마 육아 & 교육 | 2010년 10월호 32쪽


 빈틈없는 엄마
 해진이(가명, 9살)와 엄마는 약속 시간보다 10분 먼저 와서 상담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림처럼 앉은 모자(母子)는 책을 읽고 있다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해진이 엄마는 한 가닥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머리모양에 단추를 목 끝까지 채운 정갈하고 빈틈없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예의에 한 치도 벗어남이 없는 말투로 나를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해진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 뜻을 거스른 적이 없었고 학교에서도 모범생으로 지냈다. 그녀는 어른이 시키는 것은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배웠다. 결혼 후에도 시집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다 했으며 규칙적인 생활과 청결 유지는 기본이었다.
 첫아이인 해진에게도 이 규칙은 철저히 적용되었다. 그런데 해진이 동생 성진(가명, 7살)이가 태어난 후부터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둘째가 태어나자 집안이 어지럽혀 있는 날이 많아졌다. 이는 해진 엄마에게는 스트레스 자체였던 것이다. 그럴수록 그녀는 해진에게 엄격해졌고, 통제도 심해졌다. 해진이가 힘든 모습이 역력해지자 참을 수 없어 이렇게 상담하러 왔다고 했다. 그녀는 당연한 요구에 왜 해진이가 힘들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어른스런 아이우선 아이를 만나 보기로 했다. 해진이는 일명 ‘배꼽인사’를 하고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 하며 옷차림, 행동거지가 엄마와 흡사했다. “해진아. 안녕?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지 않았어? 시원한 음료 마실래?” 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괜찮았어요. 그리고 콜라 말고 주스 주세요.”라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콜라말고 주스라….’ 엄마의 지속적인 교육 때문인 듯 나이보다 더 어른스러웠다. 이토록 어른스런 느낌을 주는 아이는 상담 현장에서 실로 오랜만이었다. 우선 집을 그려 보라고 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는 종이에 그려 나갔다. 그런데 해진이가 그린집은 경계가 불분명하고 흔들려 보였다. 선도 곡선도 직선도 아닌 모양이었다. 지붕도 창문도 모두 날카롭고 뾰족뾰족했다. 다 그린 후에는 우리 집인데 벽돌로 만들어진 아주 단단한 집이라 잘 부서지지도 않는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세부적인 창문 표현과 많은 개수로 보아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강한 욕구와 관심을 강박적으로 원하고 있음을 나타냈고, 집 경계가 모호한 것은 정서불안의 표현이었다.
 다음으로 나무 그림을 요구했다. 아이는 자신이 그린 나무는 사과나무인데 가을이 되어 열매를 다 따 버려서 지금은 없다고 했다. 나무 나이는 1,000살로 앞으로 더 커질 거라고 했다. 역시 나무도 흔들리는 모습에, 나무 기둥과 잎들도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는데 이 또한 내면의 불안감의 표현이었다. 또한 자신의 모호한 정체성을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게다가 사과나무이지만 다 따 버렸다고 하는 설명은 어머니로부터 거절당한 느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나무 나이를 1,000살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었다. 사람을 그려 달라는 말에 아이는 잠시 주춤하며 누구를 그리냐고 물었다. 알고 있는 한 사람을 그려 달라고 하자 자기 자신인 듯한 남자를 그렸다. 얼굴과 비교했을 때 몸이 더 과장되어 있었고, 특히 손은 몸에 비해 매우 크고 양쪽이 비대칭이었다. 이는 환경을 통제하고 대처하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과잉보상받고자 하는 심리를 나타낸다. 다리, 발도 모호한 표현으로 대강 그려 넣었는데, 불안정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림으로 드러난 아이의 마음
 여자를 그려 보라고 하자 해진이는 입을 삐죽이며 “귀찮아요. 안 그리면 안 돼요?”라며 알아듣기 힘든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딴청을 부리기 시작했다. 약속한 대로 하자고 하자 억지로 연필을 쥐고 빠르게 그려 나갔다. 설명하기를 10살 가량의 여자인데 누군지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얼굴이 없어 뒷모습이냐고 묻자 그리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고 했다. 아마도 여성에 대한 적대감의 표현인 듯했다. 엄마에 대한 감정을 숨기듯 나타내고 있었다.여자 그림이 있는 종이를 휙 덮어 버리면서 다음 그림을 그리자고 나를 재촉했다. 끝으로 가족 그림을 요청했다. 조금 생각하더니 처음 만났을 때의 당당한 모습으로 씩씩하고 빠르게 그렸다.
 조금 놀랍고 의외의 그림이었다. 가족이라며 그렸는데 단 두 사람이었다. 바로 자신과 엄마를 온통 그려 놓았던 것이다. 침대에서 뛰는 자기 옆에 설거지 하는 엄마를 그렸다. 아빠와 동생은 어디 있냐고 물으니 방 안에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엄마의 존재는 거부할 수 없는 큰 자리이나 아빠와 동생은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침대 위에서 뛰는 그림은 예전에 엄마에게 혼났던 때를 상기하며 그린 것인데, 더 해 보고 싶지만 엄마와 다신 안 하겠다고 약속을 한 터라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했다.

 진정 아이를 위한다면
 해진이는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가장 강했고, 나머지 가족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물론 심각하게 두드러진 문제는 없어 보였는데 바로 그 점이 문제점이었다. 해진이는 공격성을 안으로 억압하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모범생이었던 것이다. 아직은 해진에게 너무나 큰 존재감인 엄마에게 감히 대항할 수 없지만 공격성과 분노는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아마도 청소년기에 이르면 그 공격성과 분노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았다.아이는 그림으로 자신이 처한 힘든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었다.해진이 엄마와 다시 만났다. 해진이의 그림에 나타난 여러 마음을 나누면서 해진이 엄마는 자신이 지금까지 아이를 위한다고 행동한 것들이 아이 마음을 그렇게 힘들게 했는지 몰랐다며 아빠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다고 했다. 3일 후 사무실로 해진이 엄마의 전화가 걸려 왔다. 해진이 아빠와 육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빠는 아이들을 위한 시간을 더 갖기를 약속하였으며 자신도 아이와 마음으로 소통하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고, 상담에도 잘 임하겠다고 하였다. 이제는 아이가 의견을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연습을 해 보겠다고 하였으며 한 번도 아이 놀이에 온전히 참여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와의 즐거운 놀이가 무엇인지 알아 가는 과정을 찾고 싶다고 했다. 해진이의 심리치료뿐 아니라 어머니 본인의 상담에서도 문제점과 힘든점을 지지받는 과정이 있어야 치료 효과가 좋아짐을 알려 드렸고 본인도 다시 한번 열심히 아이와 본인을 위해 해 보겠다고 하였다.
 정주영
아동/청소년심리코칭센터 U 대표, 미술치료사, 가족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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