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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이 부족하면 양심에 털이 난다? |
잠언의 건강론 | 2009년 9월호 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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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굶으면 남의 집 담장을 넘지 않을 사람이 드물다.'는 속담이 있다. 이렇게 배고픔은 무서운 것이다. 그런데 잠을 재우지 않으면 사람이 어떻게 될까? 미국 월터 리드군 연구소의 윌리엄 킬 고어 박사 팀이 비슷한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미국 수면학술지 <슬리프(Sleep)>에 내놓았는데 '수면 부족이 사람의 도덕적 판단력을 흐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연구 대상은 군인 26명이었다. 연구 팀은 정상적 수면을 취한 그룹과 53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은 그룹에 가상 질문을 하였다. 질문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심각한 것까지 다양한 도덕적 딜레마 상황이 연상되는 것이었다. 심각한 시나리오에서는 누군가를 해쳐야 하는 식의 중요한 결정이 필요했다.그 결과 수면을 취하지 않았을 때는 도덕적 문제를 해결하느라 더욱 오랜시간 숙고하는 현상이 군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병사는 수면 부족의 결과 도덕적 판단 내용이 전혀 달라지는 경우를 보였다. 도덕적으로 수용 가능한 것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것이다. 이번 연구는 수면 부족이 도덕적 판단력 내지 '양심'까지 위협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만성 수면 부족 국가다. 미국 스탠퍼드 수면센터 오하욘 교수가 조사한 한국 성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15분으로 이는 인체가 필요로 하는 수면 시간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대한민국은 만성 수면 부족 국가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센터는 성인 남녀 3,540명을 대상으로 수면 실태를 조사했다. 자신의 수면이 정상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50.6퍼센트에 불과한 1,790명이었으며 그나마 이들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도 인간의 최적 수면 시간인 7시간 30분에 못 미치는 6시간 18분이었다. 청소년은 더욱 심각하다.'4당 5락'이라는 말은 입시생에게 여전히 금과옥조다. 한국도로공사가 발표한 2007년 교통사고 원인 1위도 졸음운전이었는데 졸음운전은 혈중알코올 농도 0.17퍼센트의 상태와 같다. 체르노빌과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도 수면 부족에 의한 인재였다. 졸음으로 인해 판단력이 무뎌진 기계 오작동이 원인이었다.
건전한 수면 문화로 도덕성을 높이자 세상은 아침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드는 아폴로 문화권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디오니소스 문화권으로 구분된다. '굳모닝', '구텐 모르겐'과 같이 인사에 아침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나라는 대부분 아침이 빠르다. 그리고 그런 나라는 산업이 역동적이고 건전한 문화를 지녔다. 예로부터 조선(朝鮮)은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렸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조정(朝廷)에 출근하여 일한 조신(朝臣)들이 이룩한 도덕성 높은 나라였다. 그러던 나라가 2008년 국제 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의 국가 청렴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ʼ 국가 중에 최하위권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자동차 사고율도 가장 높았다. 숭례문 화재사고, 태안 원유 유출사고 등 국가 대형 사고율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원인 중 하나가 수면 부족으로 인해 도덕적 민감성이 약해진 결과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솔로몬이 잠언에서 "네가 좀 더 자자, 좀 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 더 눕자 하니 네 빈궁이 강도같이 온다"(잠언 24장 33절)라고 한말은, 풍요로워졌지만 저급한 문화로 치닫는 우리에게 삶의 역설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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