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잠이 안오는 가을밤을 위하여 |
우리집 가족주치의 | 2003년 10월호 35쪽 |
|
|
효자 강건이가 무례할 때도 있다. 잠을 자다가 잠꼬대로 이러쿵저러쿵 불평을 털어 놓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잠이 든 채로 방을 한바퀴 돌고 다시 눕는 일도 있었다고 하니 차라리 요즘은 많이 나아진 편이다. 하지만 강건이 엄마의 잠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 년 전 경제위기 때에 강건이 아버지가 실직될 뻔했는데 그때부터 불면증이 시작되었다. 잠자리에 보통 밤 10시 30분 경에 눕는데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시계를 보면 11시, 잠을 청하려고'100부터 1까지 숫자 거꾸로 세기'를 몇 번 하다 보면 12시가 지난다. 이런 식으로 자정이 넘어서 늦게는 1시에 잠드는 경우가 많으니, 강건이의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이른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려면 자명종 두 개가 언제나 중창을 해야 한다. 잠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강건이 엄마처럼 잠이 잘 안 오거나 쉽사리 잠을 깨는 불면증(insomnia), 잠자는 시간이 적당한 데도 낮에 너무 졸려 하는 경우(excessive daytime sleepiness), 강건이처럼 이상하게 자는 버릇(parasomnia) 등이다. 당신의 수면 문제가 가장 흔한 불면증에 해당한다면 스스로 다음 네 가지 질문을 해보기 바란다. 1) 누우면 숨이 차서 잠을 못 자는가? ➜ 심장이나 폐의 문제가 있는지 봐야 한다. 2) 통증이 있어서 못 자는가? ➜ 먼저 통증의 원인을 알아보고 치료해야 한다. 3) 술이나 커피를 마시거나 약을 자주 먹는가? ➜ 술과 커피는 반드시 끊고 본인의 약이 불면증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알아보도록 한다. 4) 우울증이나 정신병 징후가 있는가? ➜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해야 한다. 만일 모두'No'로 대답했다면 일단 안심하라. '불면증 때문에 큰일이다.''이러다가 큰 병이 나겠네.'등 불면증 자체에 신경을 집중하고 염려를 하면'이제 누웠으니 어서 잠을 자야 한다.'는 중압감에 침상은 스트레스의 자리가 되고 만다. 필요한 수면 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낮 동안의 업무 수행에 장해만 없다면'내가 짧아도 깊게 잠을 자나 보다.'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10가지 수칙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긴다.
1. 항상 정확한 시간에 기상하기:제 시간에 잠들기도 중요하나 쉽진 않다. 하지만 노력하면 누구나 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뒤로 늦춰진 수면-각성 주기를 제 위치로 당길 수 있다. 2. 기상 즉시 햇빛/밝은 빛 보기:'생체시계'를 생태계의 표준시계인 태양에 맞추는 것이다. 3. 낮잠 금기:꼭 필요해도 30분 미만이 되게 하며 오후 3시 이후엔 절대 자지 않는다. 4. 오후엔 햇빛을 많이 쐬고 노동이나 적극적인 운동 하기:멜라토닌 생산이 풍부해진다. 5. 저녁식사는 간단하게 하기:소화기관도 일을 끝내고 잠들 준비가 되어야 한다. 6. 저녁식사 이후에는 운동을 하지 말고 물도 많이 마시지 않는다. 7. 잠자기 전 60~90분 사이에 따뜻한 샤워:올라갔던 체온이 내려가면서 졸리게 된다. 8. TV를 멀리하라:쇼킹한 뉴스, 특집 방송들은 9~11시에 몰려있다. 대신 단순한 책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조용한 음악을 듣거나 한다. 9. 완전히 캄캄하고 조용한 잠자리에 눕는다. 시계는 자꾸 보지 않도록 멀리 둔다. 10. 그래도 정 잠이 안 오면 차라리 침대에서 나와서 졸릴 때까지 책을 본다:뒤척거리면서 시간을 낭비하거나 불면증에 의한 스트레스를 받지 마라.
내과전문의, 에덴요양병원 진료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