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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헬스 포커스 | 2007년 1월호 30쪽
 
 지난 가을 폭우와 함께 강원도 영동 지방을 강타한 바람은 초속 63미터였다. 이 바람으로 나무는 물론 흙도 함께 무너져 내려 대머리처럼 산의 정상이 사라지고 알바위가 드러났다. 보통 태풍은 초속 30미터 정도인데 전체 에너지양이 히로시마 원폭의 약 1만 배나 되어 건장한 청년도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렇다면 초속 65미터가 넘는 슈퍼 태풍의 힘은 어느 정도일까. 컴퓨터로 예측한 슈퍼 태풍의 위력은 대규모 해일을 일으키고, 지름 1미터가 넘는 나무를 뿌리째 뽑으며, 지나가는 자동차도 뒤집어 버릴 수 있다. 땅 위에 있는 웬만한 건물 역시 슈퍼태풍을 견디기 어렵다. 폭우를 동반할 경우 그 위력은 훨씬 강해져 영화'투모로우'에나 나올 법한 장면이 현실로 다가 올 수 있다.

슈퍼 태풍이 늘고 있는 이유
 실제로 국내 대학의 한 연구팀이 영국 기상청에 분석을 의뢰했는데 24년쯤 뒤 슈퍼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남해와 동해에서 진행되는 백화현상, 해파리 떼의 공격도 한반도 근해 수온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풍은 북위 8도에서 15도 사이,북태평양 서남쪽에서 주로 발생한다. 태풍이 만들어지려면 열에너지와 수분이 필요하다. 적도 주변의 태양열로 가열된 바닷물은 수증기로 바뀌어 구름을 형성하며 이들 구름이 서로 겹쳐져 태풍의 형태를 갖춘다. 지구가 자전하는 힘을 받은 태풍은 진로를 정하기 시작해 서서히 이동한다. 그리고 바다가 내뿜는 더운 습기를 빨아들이며 점점 커진다. 특히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혼합층을 지날 때 세력은 더 커진다.
 미국의 뉴올리언즈를 집어삼킨 태풍 카트리나도 혼합층을 만나면서 대형 태풍으로 바뀌었다. 요즘처럼 해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엘니뇨'현상이 잦은 때에 태풍이나 폭풍이 늘어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지금부터라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초대형 재난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바다 속 생선이 사라질 수 있다
 한편,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이 2048년에는 생선을 비롯한 바다 속 먹을거리들이 거의 사라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이 보유한 자료와 최근 4년간의 연구사례, 세계 48개 해양생물보호구역에 대한 보고서 등을 종합해 세계 해양수산물 어획량의 변화 추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1950년부터 2003년까지 53년 동안 전 세계 해양수산물 생물종 29퍼센트가 사라졌음을 알아냈다. 검토 가능한 자료를 이용해 비교 시기를 1800년까지 높여 잡았더니, 해양수산물 종류의 40퍼센트가 사라졌다. 사라진 종류는 생선뿐 아니라 조개, 해조류를 비롯한 모든 수산물이 포함된다. 수산물 종류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지구 온난화와 남획에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세계 곳곳 해안지역에서 수온이 변하고 홍수가 잦아지는 등 생태계가 파괴된 탓이다. 수산물에 해를 입히는 조류가 늘어난 곳도 많다. 하지만 어업을 금지하거나 어획량을 제한한 해양보호구역에서는 생물의 다양성이 복원되어 개체수도 크게 늘어났다. 이는 인간의 노력으로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음을 입증한다. 해양 생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이번 세기를 마지막으로 수산물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

불편한 진실
 한편, 지난 10월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가을이었다. 다들 가을 날씨가 왜 이러냐고 야단이었다. 긴팔 셔츠도 덥고, 모기는 극성이고 바다엔 난류 생선이 몰려들었다. 걸핏하면 하늘이 구멍난 듯 물폭탄이 쏟아지는가 하면 심한 가뭄이 이어졌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도 다 녹아 내렸다.
 히말라야의 빙벽도 없어졌다. 북극의 곰들이 쪼개진 얼음판에서 고립돼 굶어 죽는 형편이다.
 미국의 전 부통령이자 대선후보였던 앨 고어는 이러한 모든 일이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 온난화 탓이라고 설명한다. 마구잡이 개발과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사용, 함부로 버린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의 기온이 오른다. 그러면서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져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북극의 얼음은 1991년 이후 매년 10센티미터씩 얇아지는데 이런 속도라면 머지않아 빙하를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인구의 40퍼센트가 심각한 식수난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20년 내에 카트리나 같은 허리케인이 2배로 늘고 뉴욕, 런던, 마이애미, 상하이 등 세계 해안도시들은 물에 잠길지 모른다고 예상한다.

 고어는 그가 직접 제작하고 출연한 영화'불편한 진실'에서 지구 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인류가 10년 안에 끔찍한 재앙에 휩싸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영화에서 그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기상이변 때문에 지구가 겪고 있는 생태계의 고통들을 보여 준다. 앨 고어가 전하는 지구의 생태 위기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나 몰라라 했던 얘기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극장 밖을 나가면 당장이라도 환경 문제에 관한 조그만 실천을 하게 만든다. 그 화면에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앨 고어는 정치가들의 생각이 변해서 대규모 에너지와 자원을 고갈시키는 경제 정책들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소한 일 즉,사용하지 않는 전자 제품의 전원을 꺼두는 일도 환경보호의 작은 실천이라고 강조한다. 누구나 다 알고 지내던 얘기지만 실천해 오지 않았을 뿐이며, 무엇보다 지금 당장 급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고어는 몸으로 직접 실천하는 태도가 얼마나 필요한가를 보여 주려고 애쓴다. 자신의 온 힘을 다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세상을 아름답게 되살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은 늘 감동을 주는 법이다. 우리는 그가 만든 영화'불편한 진실'을 봐야 한다. 종교가 무엇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어떠한 인종과 민족이든, 지구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은 지금 모두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검소한 삶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재앙을 방지하는 유일한 길은 우리 모두가 에너지를 절약하여 탄산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탄소 순환의 평형을 되찾는 것이다. 자연철학을 주창한 노자는 사람들이 편리함만을 추구하게 되면 불성실하고 게을러질 뿐 아니라 자꾸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의지하게 돼 착한 천성을 잃어버린다고 말했다. 장자의 글 가운데"스승인 노자가 말하기를 사람이 수고를 덜기 위해서 두레박 같은 기계를 사용하면 편리하지만 사람의 마음도 기계와 같아져서 본연의 순수함과 진실성을 잃어버리기 쉽다."고 경고한 내용이 있다. 환경을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는 자세는 도를 닦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도란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고 자연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으며, 자연에 순응하는 검소한 삶의 길을 가는 것이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생활이 처음엔 불편하지만 점차 익숙해지면 또 다른 여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생활이'착한 심성'을 구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도를 좇아 자연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이를 생활에 실천해 온 자연친화적이고 검소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누가 잘못된 일을 할 경우'자연스럽지 못하다'고 꾸짖었던 한민족의 언어적 전통에도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사찰 등 우리의 고건축물들을 보면 주변의 자연 경관을 결코 압도하지 않는다. 지붕의 처마도 산의 능선과 잘 어울리도록 조화롭게 지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개발주의 논리라는 수렁에 빠져 귀한 자연문화전통과 가치관을 다 파괴해 버린다. 아무 곳에나 초고층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직선으로 만들어 곳곳의 산을 마구 도막 내고 있다. 심지어 천혜의 생태계 보고인 갯벌을 매립해 버리는 등 돈 버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이는 자원과 에너지를 마구잡이로 훼손하며 성장해 온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서구 문명의 길을 따라가는 셈이다. 서구 문명과 신자유주의는 자원과 에너지 낭비로 생태계를 파괴하여 전 인류와 생태계를 온난화로 인한 기상재앙으로 내모는 자살 문명이다. 앨 고어는 지금 이대로 나가면 단 10년 안에 인류에게 끔찍한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섭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지구를 살리기 위한 생활수칙인'환경십계명'을 만들어 보았다.

환경십계명
 하나, 생명의 근원인 자연을 내 몸같이 사랑하자.
 둘, 말 못하는 동식물을 괴롭히지 말자.
 셋, 검소함을 자랑삼고 사치를 부끄러워하자.
 다섯, 쓰레기 분리와 재활용을 생활화하자.
 여섯, 전기와 물을 아끼자.
 일곱, 일회용품을 쓰지 말자.
 여덟, 냉난방을 자제하자.
 열, 환경 범죄는 128로 신고하자.
(환경십계명은 1998년 11월 19일 한국일보에 칼럼으로 처음 발표됨.)
 이기영
환경문화운동가 / 호서대 자연과학부 교수(kylee@office.hoseo.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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