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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코, 목 이야기(3) - 인체 생리를 이용한 첨단의학의 꿈 재미있는 인체 생리 | 2008년 1월호 40쪽
 이상하게도 소리를 듣는 기능은 생명이 탄생한 후 감각기관 중 가장 먼저 작동하기 시작하며 가장 먼저 성숙한 기능을 한다. 즉 엄마 뱃속에서부터 청각기능은 시작하며 태어날 때 이미 매우 높은 청력을 갖고 태어난다. 또한 생명이 마칠 때에도 가장 늦게까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왜 그럴까? 이것은 아마도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며, 언어를 통해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언어는 사람이 사회활동을하는 데 가장 기초적인 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언어를 배우고 이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귀를 통해 소리를 듣는 것은 이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소리를 듣는 과정을 살펴보자. 음파(소리의 파동)가 귓바퀴에 의해 모아져 귓구멍으로 들어가면, 고막을 진동시키고 이 진동은 이소골이라는 우리 몸속의 가장 작은 뼈를 통해 달팽이관으로 전달되는데,이 소리는 달팽이관 속을 채우고 있는 액체인 내임프액에 파동을 형성하여 그 속에 있는 청각세포를 흔든다(그림 1).
 달팽이관 속에서 이동하는 파동은 기타 줄을 퉁길 때 파동이 생기는 것과 같이 음의 높낮이에 따라 각각의 특별한 음조(音調)에 맞춰 최대로 커졌다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사라져 버린다. 파동의 최고점의 위치는 음조마다 다르다. 높은 음조의 소리에서는 파동이 달팽이 바닥 근처에서 최대로 올라가는 반면, 낮은 음조의 소리에서는 달팽이 끝 부분에서 최대로 올라간다. 이로써 우리는 소리의 높낮이와 강약을 매우 세밀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소리의 물리적인 에너지는 전기적인 에너지로 바뀌어서 청신경을 통해 뇌의 청각센터로 신호를 보내게 되어 마침내 신호를 감지하고 5분의 1초 정도면 소리를 인지하게 된다.
 20세기 중반부터 우리 귓속의 복잡한 청각생리를 좀 더잘 이해하게 되면서, 청각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을 규명하는 청각 병리분야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여, 바깥쪽귀부터 뇌의 청각센터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 청각장애의 기전과 병인을 모두 이해하게 되었다. 최근의 청각 재활(소리를 듣게 하는 수단)의 비약적인 발전은 이렇게 소리를 듣는 생리기전과 각 단계별로 청각장애를 유발하는 병리기전을 이해함으로부터 출발하였다(그림 2).

고막에서 달팽이관 입구까지

 외이도나 중이의 이상으로 청력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는 대부분 수술로 회복이 가능하다. 즉 외이도가 막혀 있거나,고막이 파열되고 이소골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수술을 통해 고막과 이소골 등을 회복시켜 청력을 정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이것이 불가능한 경우는 다른 청각재활 방법을 선택해야만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보청기이다. 그러나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이 건강한 경우에는 보청기를 통해 증폭된 소리를 달팽이관에 넣어 소리를 충분히 듣게 해 줄 수 있으나, 달팽이관의 기능이 심하게 손상된 감음신경성난청의 경우에는 보청기로 증폭하는 데 한계가 있다. 즉 보청기는 어느 정도까지의 소리를 증폭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경우 소리가 왜곡되고 울려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중이와 달팽이관이 함께 나쁜 중고도 이상의 난청의 많은 경우에는 일반 보청기의 증폭으로는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귓속에 심는 이식형보청기를 통해 이소골을 직접 진동시켜 강력한 증폭이 가능했고, 또한 머리뼈를 진동시켜 속 귀의 림프액을 직접 진동시키는 골도보청기(BAHA)가 미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그림 2, 3). 우리가 우리 몸 밖의 소리를 들을 때는 대부분 고막의 진동을 통해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만 (기도청력) 음파가 우리 몸-특히 머리를 직접 진동시킴으로 들어오는 골도청력도 일부 기여한다. 골도청력은 특히 우리몸속에서 나오는 소리를 자신이들을 때 효과적으로 사용되는데,우리 자신이 말할 때는 입 밖으로 나온 소리가 다시 자기 귀로 들어가 고막을 통해 전달되는 소리를 듣는 동시에 말할 때 성대나 구강내에서 발생하는 몸의 진동이 직접 머리뼈를 흔들어 이 진동이 직고막을 거치지 않고 달팽이관으로 직접 들어가는 골도청력으로도 들을 수 있다(그림 3). 즉 우리는 기도와 골도의 두 가지 경로로 자신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자신의 목소리와 자신이 듣는 목소리와는 차이가 크다. 그래서 흔히 녹음기에서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때 자기목소리가 다르게 들린다고 착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BAHA와 같은 골도보청기는 이 원리를 이용하여 귀 뒤에 있는 뼈에 작은 금속을 고정한 후 진동보청기를 끼우면 소리가 직접 머리뼈를 진동시켜 매우 효과적으로 속 귀에 소리를 넣어 줄 수 있어 과거 보청기로 도움받지 못한 많은 사람의 소리를 찾아 주고 있고 앞으로 수년 내에 이 골도보청기와 이식형 보청기가 국내에서도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달팽이관
 달팽이관은 아마도 인체에서 가장 복잡한 부위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수술로 치료할 수 없는 청각장애의 원인 중 대부분이 바로 이 달팽이관의 기능 이상이며, 이 경우 대부분 회복이 불가능하여 보청기등의 증폭수단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고도난청의 경우 인공와우수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수화나 독화 등 다른 대체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그림 4). 인공와우수술은 청신경이 피아노 건반과 같이 음의 높낮이에 따라 달팽이관에 연결되어 있어, 내부 이식기의 전극을 달팽이관 내에 직접 삽입하여 청신경을 직접자극하도록 고안되었다. 비록 전기적인 자극이지만 청신경을 통한 자극은 청각 중추기관에 효과적으로 전달되어 소리를 인식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 30년간 인공와우수술은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 2세 전에 수술을 받고 적절한 재활을 하면 거의 정상에 가까운 청각기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선천성 청각장애가 있는 대부분의 소아와 보청기와 같은 소리증폭장치로 듣는 것이 불가능했던 많은 성인 고도 청각장애인들이 소리를 찾을 수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인공와우수술이 2세 이하의 어린아이에게 가능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다름 아닌 달팽이관의 크기가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수술은 약 30밀리미터 길이의 달팽이관에 가느다란 전극을 삽입하는 수술인데, 만약 눈, 코, 입과 같은 다른 모든 기관처럼 나이가 들면서 성장한다면 그때마다 수술을 다시 해 주어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하여 결국 이수술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달팽이관은 놀랍게도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태어날 때 어른의 크기로 태어나며, 한번의 수술로 평생 유지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수술을 통해 소리를 듣고 말을 배워나가는 많은 환자를 볼 때마다, 분명이 수술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수술임을 확신한다.

청신경
 달팽이관의 기능에 비해 청신경은 약해져 청신경세포가 약 10퍼센트만 남아 있어도 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그렇기에 청각장애 대부분은 인공와우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신경이 완전히 없거나 파괴되었다면 인공와우수술도 불가능하여 더 이상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최근까지도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잃어버린 소리를 되찾아 주려는 끊임없는 노력은 마침내 청신경이 없어도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장치를 고안하게 만들었다. 소리의 전기적인 신호가 들어가는 뇌의 신경세포에 전극을 접촉시켜 소리자극이 전달되게 하는 인공뇌간이식장치(auditorybrainstem implant)로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가능했던 일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매우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최근 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결과가 나날이 향상하여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상에서 간략하게 언급한 바와 같이 청각 분야의 발전은 이제 거의 모든 영역의 청각장애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현재와 같은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면 머지않아 모든 사람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보며, 그때마다 우리는 잃어버린 소리를 찾아주는 의학의 눈부신 발전을 허락해 주셔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좋은 소식이 청각장애인들의 귀에도 울려 퍼지길 바라고 계시는 창조주의 섭리를 분명히 느끼게 된다.
 전영명
아주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 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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