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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코, 목 이야기(1) 재미있는 인체 생리 | 2007년 11월호 40쪽
 21세기에 들어서서 생명공학의 발전은 과연 인간이 생명의 신비를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을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로 이 분야는 현재 급속하게 발전하는 나노(Nano) 기술과 접목한 후 향후 10년간 현재의 1,000배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며, 그 후 25년 후에는 현재의 10억배가 발전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미래학자는 암과 성인병 그리고 노화를 막음으로 인간의 수명이 머지 않아 100~120세 이상으로 연장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매일 진료실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인 필자는 인간의 몸속에는 놀라운 비밀들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곤 한다. 그래서 인체의 신비로움과 생명의 비밀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지금의 시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필자는 20여 년간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경험한 귀, 코, 목 속에 감추어진 신비로운 생리기능을 독자들과 함께 나눔으로써 우리의 건강한 귀, 코, 목을 유지함은 물론 이 속에 감추어진 창조주의 섭리를 통해 그분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첫 번째 이야기:귀는 난공불락의 요새다
 건강한 귀를 갖고 태어나서 일생을 사는 것은 참으로 복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귀가 단순히 소리를 듣는 기능을 할 뿐 아니라, 몸의 균형을 유지함은 물론 소리를 듣지 못하면 언어발달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사람들 대부분이 귀 건강을 위해 별다른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큰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건강한 귀를 유지시키고자 세밀하게 설계된 창조주의 방어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이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외부 침입에 대한 보호장치
 귓구멍은 우리 몸의 어느 부위의 피부보다 통증에 예민하다. 3차신경, 안면신경, 미주신경 그리고 제3 경추신경등 굵직굵직한 신경들이 모두 포진해 있어 귓속을 조금만 건드려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는 귓구멍 입구에서 25밀리미터 정도 안쪽에 있는 0.1밀리미터 두께의 얇은 고막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호장치라고 생각된다. 또한 외이도는 매우 좁고 길며, S자 모양으로 3차원적으로 휘어져 있고, 귓구멍 입구에서 8~10밀리미터 되는 곳은 매우 좁아져 면봉 등이 통과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그림1, 2>. 귓속에 이물질을 넣는 가장 큰 주범은 자신이다. 핀이나 성냥개비, 면봉 등으로 고막을 수시로 위협한다. 귀를 후비는 이유는 주로 귀지를 습관적으로 빼기 위함인데, 귀지는 실제로 귀의 건강을 유지하는 1차 방어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귀지(이구)는 귀지선이라는 곳에서 분비되는 피부기름과 각질이 합쳐서 생기는데 귀지는 지방 성분이 많기 때문에 고막이나 외이도의 피부에 물기가 스며들지 못하게 하며, pH 6.5~6.8정도의 산성이기 때문에 병원균이 잘 증식할 수 없게 하고, 라이소자임(lysozyme)과 같은 항균물질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적당한 귀지가 없는 귀는 세균이나 곰팡이 균에 의한 감염이 생길 수 있고 심한 가려움증 등이 생길 수있다. 그런데 귀지는 지속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오래된 귀지는 반드시 밖으로 배출되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귀에는 자동 청소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귓구멍의 피부는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이동을 하는 피부이다. 만약 고막 위의 피부에 잉크를 떨어뜨리고 1~2주일 정도 지나면 그 잉크는 귓구멍 입구에서 관찰된다. 즉 외이도와 고막의 피부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그 피부 위에 있는 귀지나 이물질도 함께 밖으로 점차 밀려나오게 된다. 따라서 귀지는 인위적으로 빼내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를 무시하고 습관적으로 귀지를 제거하고 면봉을 사용함으로 피부의 기름기를 없앤다. 그럴 경우 귀지는 더욱 많이 생기고, 가려움증으로 고생하게 되며, 빈번한 염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고막은 매우 얇지만 소리를 모아서 전달하기 위해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물질이나 물리적인 충격으로 파열되었을 경우 50퍼센트 이내로 파열된 경우에는 대부분 자연 재생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그것은 고막의 피부가 우리 몸의 피부 중 가장 얇지만 가장 재생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달팽이관 보호장치
 외부의 소리를 뇌로 전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은 바로 내이(달팽이관)이다<그림 3>. 달팽이관은 단 한 번만 감염이 되어 그 속의 청각세포가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어 달팽이관의 보호장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달팽이관은 매우 단단하고 공기구멍이 있으며, 완충기능을 할 수 있는 측두골로 싸여 외부와 철저히 고립되어 있지만, 매우 얇은 망으로 덮인 구멍 2개를 통해 고막 안쪽의 중이와 연결되어 있고 또 한편으로는 내도수관이라는 가느다란 관을 통해 뇌척수액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중이에 염증이 생기거나 뇌염, 혹은 뇌수막염 등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내이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이염은 평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두 번은 경험하는 매우 흔한 질환이며, 더욱이 중이는 이관이라는 관을 통해 외부와 직접연결되어 항상 외부에서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특별한 장치가 없으면 내이는 항상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러나 이관을 통해서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없는 완전무균 상태의 공기가 중이 속으로 들어온다. 그것은 공기가 이관을 통과하면서 라이소자임(lysozyme), 락토페린(lactoferrin), 면역글로불린-에이(IgA) 등 호흡기 상피에서 분비되는 항균물질에 접하게 되고, 최근 확인된 강력한 점막방 어물질 유신이나 디펜신, 표면활성단백질이 통과하는 균을 죽이게 된다. 이러한 공기여과장치는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강력한 장치로 아직도 그 기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갑작스런 큰 소음에 노출될 경우에도 달팽이관이 손상될 수 있는데 이를 막아 주는 장치는 고막에 연결되어 달팽이관까지 소리를 전달해 주는 3개의 작은 뼈(이소골)에 있다<그림4>. 즉 이소골에는 두 개의 매우 작은 근육이 붙어 있는데, 이 두 개의 근육은 큰 소리가 귀로 전달될 때 반사적으로 수축하여 이소골을 단단히 붙잡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여 과다한 소리가 내이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 준다. 또 혈액을 통해 달팽이관이 감염되거나 약물 등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혈액-미로 간방벽(blood-labyrinthine barrier)라는 매우 특수한 여과장치가 있음이 최근에 발견되었다.

 사람들 대부분이 귀를 통해 아름다운 음악이나 자연의 소리를 듣고,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보이지 않는 우리 몸의 수많은 생리작용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창조주께서는 절제된 생활을 한다면, 우리가 귀의 건강을 위해 따로 해야 할 일을 거의 남겨놓지 않으셨다. 그러나 과다한 소음 노출, 잘못된 습관, 약물 남용 등으로 이러한 강력한 보호장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영명
아주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 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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