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이 눈이라는 뜻이다. 잠시 눈을 감아 보자. 눈을 감은 상태에서 하루 동안 일상적으로 하는 일들 중에 눈을 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나 되는지 생각해 보자.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말을 못하면 하루가 불편하고 듣지 못하면 한 시간이 답답하지만 보지 못하면 일분일초도 참기 어려울 것이다.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게 해 주는 것도 눈이며, 현재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각종 지식과 정보를 읽어내는 것도 눈을 통해서이다. 또한 눈은 우리 몸의 건강을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지표가 된다. 필자는 환자를 진찰할 때 환자의 눈을 꼭 살펴보는데 빈혈이나 황달과 같이 환자의 질병을 알려주는 소견을 발견할 수 있고 조금만 더 주의해서 살펴보면 환자의 건강상태나 마음의 상태를 판단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 눈의 구조
눈은 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보는 기능을 담당한 공 모양의 안구와 안구가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안구를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안검(눈꺼풀), 눈물샘,동안근, 시신경 등의 부속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상적인 성인의 안구는 무게가 7그램, 지름은 24밀리미터이며 부피는 6.5cc 정도이다.
<그림 1>은 눈의 각 부분의 명칭을 보여 주는 그림이다.
각 부분의 역할을 알아보자.
각막:
안구의 앞부분 6분의 1을 차지하는 투명한 부분으로 안구를 보호하는 방어막의 역할과 광선을 굴절시켜 망막에 도달시키는 창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보통 눈을 이식한다고 하면 안구 전체를 이식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으나 사실은 손상된 각막이 혼탁해져 시력을 잃었을 때 혼탁한 각막을 떼어 내고 새로운 각막을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공막(흰자위):
안구의 뒷부분 6분의 5를 차지하는 흰 섬유조직으로 안구의 형태를 유지해 준다.
홍채(검은자위):
홍채는 괄약근육의 이완과 수축으로 중앙에 나 있는 구멍인 동공의 크기를 변동시켜 눈으로 들어가는 광선의 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카메라의 조리개에 해당하는 부위이다. 검은자위의 색으로 표현되는 눈의 색은 인종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데 이것은 홍채의 멜라닌 색소 함량의 많고 적음에 따른 차이이다. 피부에 멜라닌 색소가 많은 동양인은 홍채에도 멜라닌 색소가 많아 갈색 눈,서양인은 피부와 마찬가지로 홍채에도 멜라닌 색소가 적어파란 눈이 많다.
미션임파서블과 같은 영화에서 중앙통제실과 같은 중요한방에 들어갈 때 눈을 어떤 기계에 대면 빨간 빛이 눈을 지나간 후 개인 인증이 되어 문이 열리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런것을'홍채 인식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각 개인의 독특한 홍채 무늬 패턴을 적외선을 사용해 인식하는 최첨단 보완시스템이다. 실제로 서로 다른 두 사람의 홍채 무늬 패턴이 일치할 확률은 10의 78승분의 1이라고 한다.
수정체:
양면이 볼록한 볼록렌즈 모양의 무색투명한 구조로서 두께는 4밀리미터, 직경은 9밀리미터이다. 이것은홍채 뒤에서 모양체근육의 이완 수축으로 두께를 조절해 굴절력을 나타내므로 각막을 지나 동공으로 들어온 물체의 상이 망막에 선명하게 맺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며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부분이다(<그림 2>).
원래 투명한 수정체가 당뇨병이나 노화에 의해 변성이 일어나 수정체가 혼탁해지면 시력이 저하되고 한쪽 눈으로 볼 때에도 물체가 겹쳐 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런 환자의 눈을 보면 검게 보여야 할 동공이 혼탁한 수정체로 인해 하얗게 보인다.
이 질환이'백내장'이라 부르는 안과에서 가장 흔한 질환이다. 백내장이 진행되면 안과에 가서'백내장 수술'을 받게 되는데 수정체를 둘러싸고 있는 캡슐은 남기고 혼탁해진 수정체 내용물을 잘게 갈아 빨아내어 버리고 수정체 캡슐 안에'인공수정체'를 넣어 주는 것이다.
증가한 안압의 영향으로 시신경이 점차 죽어 가고 특징적인 시야의 변화가 나타난다. 안압이 올라가면 눈이 게슴츠레 푸르게 보인다 하여 이 질환을'녹내장'이라고 부른다. 전체 실명환자의 11퍼센트는 녹내장이 원인질환이고 40세 이상성인 100명 중 3명 정도가 앓고 있는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 한 번쯤은 안과에 들러'눈 건강검진'을 받아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맥락막:
망막과 공막 사이에 위치하는 1~2밀리미터 두께의 혈관으로 이루어진 막으로서 공막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풍부한 색소로써 차단하는 차광막 역할과 눈에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망막:
안구 뒷부분 3분의 2의 맥락막 내면을 덮고 있는 투명한 신경조직으로 빛을 감지하여 시신경으로 전달하는 곳으로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검안경을 사용해 동공을 통해 눈 속을 들여다보면 <그림3>과 같은 모습이 보인다. 중앙 부분에 둥근 모양으로 밝게 보이는 것이 시신경유두이고 여기서 뻗어 나오는 듯 보이는 많은 망막 혈관이 관찰된다. 우리 몸에서 피부로 가려지지 않은 벗은 혈관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곳은 망막이 유일하다. 따라서 혈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의 합병증을 조기 판단하는 데 망막 혈관의 관찰은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시신경 유두부의 약 3밀리미터 외측 약간 아래에 주변보다 조금 어둡게 보이는 타원형의'황반'이 보이는데 그 중심부를'중심와'라고 부른다. 황반은 밝은 곳에서 우리가 물체를 볼 때 상이 가장 선명하게 맺히는 부분으로 어떤 연유로든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상을 입게 된다.
어렸을 때 좋은 시력의 눈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한 영양과 좋은 생활 습관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