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면서 생명 공학을 필두로 한 의학의 발전이 과학의 발전을 주도하면서 인간은 생명의 신비로움을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간게놈지도'가완성되고, 인류는암, 당뇨병, 에이즈등불치의 병들을 정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견은 한낱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인간 생명의 신비로움은 당초의 상상을 훨씬 초월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동안 필자는 여러 이비인후과 질환에 대한 최신 지견을 적어보려고 노력했지만 많은 질환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도, 이해되지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인간의 무기력함을 새삼 느끼곤 하였다. 사실 현대 의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질환은 너무나도 많다. 귀, 코, 목 질환에서도 그러하다. 우리는 재발성 아프타성 궤양 환자의 입안에 왜 궤양이 생기는지,소아 삼출성 중이염이 왜 발생하는지도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 또한 자고 일어난 후 갑자기 청력을 잃는 돌발성 난청이 왜 오는지, 어지럼증,이명, 청력 장애 등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메니에르 병이 어떻게 생기는지 잘 모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매우 흔하게 경험하는 이명에 대한 정확한 기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냄새를 맡는 후각 기능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알레르기 비염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비알레르기 비염이나 과민성 비염 등은 기전이 알려져 있지 않아 치료도 잘 못하고 있다.
 더욱이 입맛에 대한 이해는 매우 초보적이어서 갑자기 입맛이 변하는 환자들의 경우 진단할 수 있는 방법과 치료가 거의 전무한 상태다. 흔한 질환들 중에도 무수히 많은 질환들의 원인이 현재까지도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필자는 매일 대하는 환자들에게 의학적으로 설명할 말이 궁색해짐을 느끼는데, 무엇인가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의사 초년생 시절에 비해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내 힘으로 환자를 고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떨어짐을 솔직히 고백한다. 수술을 한후 환자가 치료되는 과정에서 내가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감염이 되고 안 되는 일, 상처 부위가 잘 아물고 치유되는 일, 기능을 회복하는 일 등 모든 치유의 과정은 이미 의사인 내 손 밖에서 이루어지는 일임을 실감한다. 이러한 과정 하나하나는 누군가가 일일이 주관하시지 않는다면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신비스러운 일들이다. 우리를 직접 창조하신 창조주 외에는 어느 누구도 우리 몸속의 비밀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며 치료할 수도 없다.
 그동안 건강한 귀, 코, 목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창조주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확인할 수 있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